가볍게 읽을 수 있는 일반과학 도서로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최신 트렌드를 이야기하는 유익한 내용을 담은 책이다. 『2023 미래 과학 트렌드』는 그래서 적극 추천할 만한 도서다.
국립과천과학관에서 2024년, 2025년에도 '미래 과학 트렌드'라는 이름으로 책을 발행하고 있다.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과학에 대한 관심과 재미를 느낄 수 있겠다. 한 번 읽는다고 모든 내용을 흡수할 수는 없지만, 생명공학에서 우주까지 다양한 분야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한 번 읽기 시작하면 소설처럼 끝까지 읽고 싶어지는 책이다. 과학은 우리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준다. 건강과 관련되고, 의식주를 편리하게 해 주며, 환경을 개선하고, 지구의 멸망을 피할 수 있다. 학생들이 이 책을 통해 과학에 대한 관심을 넓힐 수 있다. 자신의 진로를 탐색하는데 도움이 되겠다.
책에서 새롭게 얻은 정보와 함께 소감을 아래에 포스팅한다.
JWST는 2021년 12월 24일 발사 이후, 지구로부터 150만 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목표 지점인 제2라그랑주점(2nd Lagrange point, L2 Point)에 약 한 달의 여정으로 도착해 현재 임무를 수행 중이다. (...) 앞서 언급했듯이 JWST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물을 인식하는 가시광선(visible light)이 아닌 적외석(infrared)으로 관측한다. 적외선은 열에 민감하기 때문에 온도가 아주 낮은 환경에서 볼 수 있다. (18)
구글이 발표한 바드에서 잘못된 답변으로 유명해진 '제임스웹 우주 망원경'에 대한 내용이다. 라그랑주 점이란 곳을 위성이 이용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주 망원경은 우리가 볼 수 있는 가시광선이 아닌 적외선을 이용한다는 사실이다. 가시광선으로는 제한되는 먼 은하까지도 볼 수 있다.
퉁구스카 폭발 사건으로 초토화된 침엽수림. 1908년 6월 30일 러시아 시베리아 퉁구스카 지역에 지름 50미터 크기로 추정되는 소행성이 공중에서 폭발했다. 히로시마에 떨어졌던 원자폭탄의 1,000배 이상의 폭발 에너지로 서울시 면적의 3배가 넘는 2,000제곱킬로미터를 초토화시켰다. 이 지역의 나무 약 8,000만 그루가 폭발의 중심으로부터 방사형으로 쓰러졌다. (58)
소행성과 지구의 충돌은 전혀 배제할 수 없는 사실이다. 과거에 퉁구스카 폭발 사건은 지름 50미터 정도의 크기로도 얼마나 큰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몇 킬로미터 단위의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한다면 인간의 문명은 어떻게 될까. 공룡의 멸종과 같은 최후의 순간까지 오지 않을까.
2021년 11월 24일 NASA는 NEO이지만 지구 충돌 가능성이 없는 지름 780미터 크기의 소행성 디디모스(Didymos)와 디디문이라 불리던 위성 디모르포스(Dimorphos)를 향해 충돌 우주선 DART를 발사했다. (...) DART는 10개월을 비행하여 지구로부터 1,000만 킬로미터 넘게 떨어진 디디모스 이중소행성계에 도달했고, 2022년 9월 27일 시속 약 2만 4,000킬로미터로 목표물 디모르포스에 충돌했다. (61)
인류의 과학기술이 얼마나 발달했는지 보여주는 사례가 이 충돌실험이다. 지구에 충돌이 예상되는 소행성을 미리 정밀하게 조준해서 맞출 수 있는 기술이다. 소행성을 파괴하지는 못해도 충돌로 궤도를 바꿀 수 있다.
M87*과 Sgr A*의 크기 비교. M87*은 우리은하 중심에 위치하는 블랙홀보다 1500배 이상 더 크다. (102)
동일한 블랙홀이라고 해도 두 개의 크기는 1500배 이상 차이가 난다. 태양계와 비교하면 M87*의 크기는 태양계를 둘러싸고 있는 모양으로 거대하다.
액체로켓 엔진 개발에서 무엇보다 빼놓을 수 없는 문제는 '연소 불안정'이다. 고체로켓은 연료와 산화제 모두 고체 형태로 연소실 안에 존재하여 로켓의 가속이나 감속 혹은 진동과 같은 외부 조건에 영향받지 않는다. 하지만 액체 상태의 연료와 산화제가 연소실에서 만나 연소 반응을 하는 액체로켓의 경우, 연소실 내외의 압력과 온도 상태가 로켓의 비행 조건에 따라 계속 바뀌게 되고, 이러한 요인들이 연소 과정에 큰 영향을 끼친다. (116~117)
액체로켓과 고체로켓의 차이를 잘 설명해 준다. 그럼 고체로켓이 더 유리한 거 아닌가?
토카막(tokamak)은 자기장 코일로 만든 도넛 모양 공간이란 뜻의 러시아어다. 도넛 모양의 공간을 플라스마가 계속 회전할 수 있게 하는 것으로, 코일에서 만들어진 자기장이 플라스마를 가둬두고 가속시키는 역할을 한다. (133)
만약 플라스마의 밀도가 대기의 밀도와 같은 수준이라면 엄청난 열에너지를 가졌다고 할 수 있겠지만 현재 실험 중인 플라스마에는 대기 중의 동일 부피에 존재하는 입자의 300만 분의 1에 불과한 양을 이용하기 때문에 우리가 사우나에서 버틸 수 있는 것처럼 섭씨 1억 도의 플라스마를 가둬둘 수 있는 것이다. (134)
섭씨 1억 도라는 온도에서도 플라즈마를 가둬둘 수 있는 이유는 입자의 수가 아주 작고, 자기장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페로브스카이트는 미래를 열 매력적인 소재다. 값싼 유기물과 금속으로 합성할 수 있어 제조단가도 실리콘과 비교하면 저렴하다. 여기에 실리콘 태양전지처럼 반도체 제조 공정을 따르지 않는 저렴하고 대면적의 박막 프린팅 가공 방식을 적용할 수 있어 대량 생산의 기대가 크다. (221~222)
페로브스카이트를 이용한 저렴한 태양전지가 대량 생산 가능해지면 태양광 발전이 더욱 활성화되고,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현저히 줄일 수 있겠다. 결국은 탄소저감에도 기여하고 환경에도 유리하다.
하버의 성공을 독일의 한 화학 회사가 주목했고 하버로부터 특허권을 획득했다. 그 회사의 엔지니어였던 보슈(Carl Bosch)는 상용화 연구를 시작했다. 보슈는 하버의 공정을 일부 수정했고 값비싼 촉매 대신 저렴한 금속으로 대체했다. 회사는 곧 공장을 건립했고 곧바로 암모니아 생산에 박차를 가했다. 보슈도 하버 만큼이나 고된 과정을 거쳤다. (...) 그 공로를 인정받아 보슈 또한 1931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했다. 현재가지도 두 화학자의 이름을 딴 하버-보슈법으로 암모니아를 제조하고 있다. (230~231)
뛰어난 신축성이 필요한 부분은 고분자로, 높은 구동 안정성이 요구되는 부분은 금속과 세라믹으로, 신체에 바로 맞닿는 곳은 생체 소재를 사용하려는 시도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들어와 인공지능과 로봇이 주목받지만 이 모든 발전의 바탕에는 항상 소재의 발달이 있었다. 이 한계만 극복한다면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더욱 편하고 건강한 미래로 우리를 이끌어갈 것이다. (255~256)
65세 미만 성인은 2만 ~ 20만 개의 줄기세포가 혈액세포를 생성하고, 70세 이상 노인은 고작 10~20개의 줄기세포가 전체 혈액 생산량의 절반을 담당한다. 그로 인해 전체 혈액 구성이 달라지고 기하급수적으로 빨리 성장한 줄기세포가 70세 이후 급격한 노화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268)
혈액을 생산하는데 줄기세포가 역할을 하는데 70세 이상이 되면 혈액 생성에 기여하는 줄기세포가 급격히 줄어든다는 사실은 놀랍다. 혈액의 구성도 변하고, 줄기세포의 성장도 빨라져 이게 노화의 원인이 된다. 혈액에 기여하는 줄기세포의 숫자가 만 분의 일로 줄어든다니...
파킨슨병은 뇌의 특정 부위에서 도파민을 분비하는 신경세포가 파괴되는 질환이다. 도파민은 몸이 정교하게 움직이는 데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이며 파킨슨병 환자는 도파민이 분비되지 않아 팔다리가 굳고, 동작이 둔해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271)
요즘 스마트폰 중독이나 게임 중독이 도파민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파킨슨병도 도파민과 관련되어 있다. 서로 반대라고 할까. 몸을 움직이는데 기여하는 도파민이 분비되지 않는 게 파킨슨병이다. 과다도 과소도 우리 몸에는 좋지 않다.
콩과 식물의 뿌리혹을 짓이기면 피처럼 붉은 물이 나오는데, 이는 콩과 식물의 뿌리에 공존하는 뿌리혹 박테리아가 합성하는 레그헤모글로빈 때문이다. 이 성분은 헤모글로빈과 유사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으며 붉은색을 띤다. 임파서블푸드는 생명공학 기술로 레그헤모글로빈을 대량 생산하여 식물성 대체육 패티에 첨가했다. (280~281)
조혈모세포 이식이 골수이식으로 인식된 탓에 아직도 조혈모세포 기증에 대한 공포심이나 부정적 편견이 많다. 골수이식은 5퍼센트 정도로 매우 드물게 시행되며 현재는 거의 하지 않는다. 말초혈조혈모세포 기증자의 조혈모세포는 기증 후 2~3주 안에 원래대로 회복되며 기증자의 혈액세포 생산 능력에도 영향을 주지 않는다. (300)
조혈모세포 기증을 애타게 기다리는 환자나 가족들을 생각하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다. 골수이식이라고 하면 직접 뼈에 주사하는 고통스러운 모습이 연상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단순히 헌혈처럼 조혈모세포만 기증하는 것이라고 하니 많은 사람이 참여해야 할 일이다. 누구나 환자의 입장에 설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면 가능하다.
농경 생활이 중심이었던 조선 초기에 제작된 앙부일구는 영침 그림자의 정밀도를 높이기 위해 솥 모양으로 움푹 파인 해시계를 활용해 일정 지역의 정확한 시각과 절기를 한 번에 측정하게끔 개발되었다. 세계 각 나라와의 교류가 중시되던 19세기, 항해를 하면서 어디에서나 시각과 위도를 측정하도록 개발된 일영원구는 시대에 적응해 창의성을 발휘한 우리의 위대한 과학 유산이라 할 만하다. (357)
고(故) 최순달 카이스트 명예교수, 과학기술 불모지에서 대한민국을 인공위성과 통신 강국으로 이끌어낸 선구자다.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위성 우리별 1호부터 3호까지 발사를 성공시키고 시분할 전자교환기(TDX) 개발을 주도해 '1가구 1전화' 시대를 열었다. 또한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위성 벤처기업인 쎄트렉아이 창업을 이끄는 등 '대한민국 우주개발의 아버지'로 추앙받는다. (367)
최순달 교수와 그의 기여에 대해 이전에는 몰랐다. 이런 분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날 과학강국이 될 수 있었다. 안타까운 점은 이공대를 통해 꿈을 펼치려는 학생들은 감소하고 의대를 가서 돈을 벌려는 학생이 많다는 사실이다. 누구나 자신의 관심을 추구하며 미래의 길을 탐색할 필요가 있다. 부모와 교사들의 역할이 크다. 그들이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독서습관 999_2023 미래 과학 트렌드_2022_국립과천과학관_위즈덤하우스(250126)
■ 저자: 국립과천과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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