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 26일 합천 아내 친구 E의 집을 방문한 둘째 날이다. 집에서 3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황매산군립공원을 방문했다. 시간이 1시간 정도밖에 여유가 없어 1108미터의 정상까지는 가지 않았다. 정상주차장에서 억새와 철쭉으로 둘러싸인 산책로를 돌아봤다.
날씨도 화창하고 기온도 10도가 넘어 산책하기 좋은 날이었다. 특히 비수기로 사람이 없어 조용하게 우리들만의 시간을 보냈다.
주차장이 정상부근에 위치해 접근성이 아주 좋다. 군립공원으로 산책로 배치나 화장실 청결 상태 그리고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방문객을 행복하게 한다.
주차장이 잘 조성돼 있지만 4월 말 철쭉이 필 때면 방문객으로 도로와 인도가 가득 찬다고 한다. 비록 철쭉은 앙상한 가지만 보이고 억새는 바싹 마른 유령의 모습이지만 한적한 지금이 좋다.
주차장에서 내리면 바로 잎으로 조그만 식당이 있다.
카페도 있다. 녹음이 우거지고 꽃의 향연이 시작되면 이곳도 꽤나 붐비겠지 싶다. 등산 뒤에 잠시 땀을 식히며 아이스커피의 향 속에서 자연을 감상하는 멋이 있겠다.
좌우로 나무가 없다. 억새가 좌청룡 우백호가 되어 계단을 오르는 등산객을 호위하는 듯하다. 새파란 하늘과 계단과 억새의 조화가 아름답다.
계단을 올라 감시초소로 보이는 곳에서 멀리 황태산 정상을 바라본다. 그곳에서 방금 도착한 사람이 땀을 뻘뻘 흘리며 벤치에서 쉬고 있다. 어디가 정상이냐고 물었다. 두 개의 봉우리가 있는데 오른쪽의 낮아 보이는 봉우리가 더 높은 정상이란다. 족히 한 시간은 걸린다니 우리는 깔끔하게 포기한다.
철쭉 군락지라고 불리는 이유를 볼 수 있다 사이사이로 산책로가 잘 조성돼 있다. 불멍도 물멍도 아닌 철쭉멍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지금은 고요 그 자체다.
철쭉 군락지 반대쪽을 바라보면 노란 억새들이 모습을 뽐낸다. 정상 부근에 나무는 거의 없고 억새와 철쭉만 보이는 게 인상적이다.
위의 사진에서 보여주는 장면은 그 자체로 한 폭의 그림이다. 동일한 각도로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모습을 담는 것도 좋겠다. 바람에 시달렸는지 구부정한 나무와 철쭉, 바위와 흙길 그리고 멀리 산과 하늘을 배경으로 조화를 이룬다.
군립공원이지만 황매산은 잘 만들어졌다. 자연을 최대한 감상할 수 있도록 인공물을 배치했다. 어디를 봐도 그림이다.
철쭉의 자태를 담았다. 겨울을 지나 봄이 오고 있다. 가지 끝에서 겨울눈들이 물을 뽑아 올리고 있다. 언제라도 새순을 드러내며 분홍빛의 꽃을 피울 준비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노랗게 마른 억새 자체가 파란 하늘과 대조를 이룬다. 억새는 의식주를 위해 시끄러운 세상일에 파묻혀 살아온 우리의 삶을 위로한다. 잠잠하라고, 자신을 바라보라고.
E의 남편이 농사일로 함께 하지 못해 아쉽다. 대신 E가 함께 하며 간단한 설명을 해주었다. 아직은 남편의 고향에 적응해 가는 과정이다.
어느새 5학년이 된 세 부부가 2013년 이후 10년 만에 재회했다. 동창인 세 명의 아내들을 따라 촌사람인 세 명의 남편들이 동행한 따뜻한 주말의 여정은 이제 추억으로 남았다.
'라이프 >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남 합천 삼가면 한우고깃집 대가1번지와 카페 FLORIAN에서 점심 (0) | 2023.02.26 |
---|---|
경남 합천에 귀농한 지인의 집들이 (0) | 2023.02.26 |
강원도 평창 강릉 가족여행 쏘카 카니발_22년 12월 말 (0) | 2023.01.02 |
불암산 자락 산들소리에서 가을 풍경과 맛을 즐기다(221029) (0) | 2022.10.30 |
큰아들과 엄마가 함께한 아차산 용마산 가을 등산(220919) (0) | 2022.09.1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