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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습관

[소설]84_연어_안도현_1997_문학동네(180707)

by bandiburi 2018. 7. 8.

저자 안도현은 1961년 경북 예천에서 태어나 원광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다. 1981년 <대구매일신문> 신춘문예에서 시<낙동강>이, 198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서울로 가는 전봉준>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연어>는 시인 안도현의 맑고 섬세한 감수성이 아름답게 피어나는 작품이다. 연어의 모천회귀라는 존재 방식에 따른 성장의 고통과 아픈 사랑을 깊고 투명한 시선으로 그리고 있는, 소설 같은 동화이면서도 동화 같은 소설인 <연어>는 자연과 인간이 감동적으로 만나는 장엄함을 보여준다. 시인 안도현의 시적 상상력이 새로운 형식으로 발휘된 이 작품을 통해 우리는 본연의 해맑은 심성과 삶의 본질에 대한 진지한 사색을 만날 수 있다. 

-----------(이상은 책의 저자 소개에서 발췌한 부분입니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고 해서 모처럼 딱딱한 과학도서에서 벗어난 책을 읽고싶어 선택했다. 

'연어, 라는 말 속에는 강물 냄새가 난다'로 시작해서 동일한 문장으로 끝나는 이야기다. 

은빛연어와 눈맑은연어가 주인공이다. 바다에서 무리로 시작해서 다시 강물을 거슬러올라가 알을 낳기까지의 과정에서 은빛연어의 관점에서 주변의 자연과 대화하는 아름다운 이야기다. 

[9] 나는 연어에 대해 많은 것을 알아냈지만, 단 한 줄의 글도 쓸 수가 없었다. 상상력을 불러일으키지 않는 지식이란 참으로 허망한 것이다.

연어를 주제로 동화를 쓴다는 내용이 참신했기에 도대체 어떤 이야기일까 궁금했었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면 어떤 의미를 저자는 전달하고자 할까 호기심도 있었다. 짧은 글이어서 읽고 난 뒤에는 생각했던 것보다 감흥은 적었다. 나름 자연과 대화하며 일부 적대적인 인간에 대해 묘사하는 장면에서는 환경에 대한 부분을 언급하고자 하는 듯했다. 나의 감수성이 굳은 살마냥 둔해져서인지 전체적인 스토리만 남았다. 

[19] 누나는 연어들이 자신의 모습을 다른 연어들의 입을 통해 알게 된다고 말해주었다. 그러니까 다른 연어들의 입은 자신을 비춰주는 거울인 셈이다. 그래서 연어들은 남들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입에 올리기를 좋아하는 습성을 가지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이 부분은 연어들의 세계를 곧 우리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을 비유해서 표현한 걸로 보인다. 우리도 다른 사람의 일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하기를 좋아한다. 그런 사람들에게 비춰진 모습이 참모습일까. 도리어 너무 타인을 의식하는 삶을 살게 되는 것은 아닐까. 일변 맞는 말이지만 너무 강조하면 자기주도적 삶이란 것이 퇴색될 듯 우려된다. 

[35] 은빛연어는 눈맑은연어가 남기고 간 말을 곰곰 되씹어본다. 네가 아프지 않으면, 나도 아프지 않은 거야, 라는 그 말을. 그 한 마디 말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그 한 마디 말이 벌써 은빛연어의 가슴 깊은 곳까지 들어와버렸다. 

이 부분은 사랑하는 연인사이의 밀어와 같이 달콤하다. 

[47] 그의 머릿속을 채우고 있던 모든 과거의 기억들이 사라져 그는 빈털터리가 되었다. 눈맑은연어 한 마리가 그 비어 있는 자리를 온통 채웠기 때문이다. 모든 과거가 의미 없는 것이었다면 눈맑은연어, 그녀는 의미 있는 현재다. 은빛연어는, 의미 없는 물이 출렁이던 속을 말끔히 비워내고 이제 비로소 신선하고 푸른 바람을 가득 채운 항아리가 된 것이다. 

이 부분 역시도 사랑하는 연인사이의 감정으로 보인다. 

[68] " 별이 빛나는 것은 어둠이 배경이 되어주기 때문이죠? "

"그리고 꽃이 아름다운 것은 땅이 배경이 되어주기 때문이고요?"

"그러면 연어 떼가 아름다운 것은 서로가 서로의 배경이 되어주기 때문인가요?"

" 그럼 나도 누구의 배경이 될 수 있겠네요?"

아름다운 말들이다. 

[102] 인간들은 사람이 죽으면 무덤 앞에 비를 세우기를 좋아한다. 인간들이 살아 있을 때 품은 헛된 욕망의 크기와 비석의 크기가 비례한다는 것을 연어들은 알고 있다. 심지어 인간들은 살아 있는 자의 비석까지 세우는 어리석음을 범하기도 한다. 하지만 연어들은 죽은 연어를 위해서 절대로 비석 따위를 세우지 않는다. 연어들은 죽음을 묵묵히 바라봄으로써 슬품을 삭이는 것이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인간이란 존재가 자연의 한 부분인 연어와 대비해서 나을게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를 이해하고 기록을 남기고 자신은 왔다가지만 뭔가 흔적을 남기고자 하는 기억되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망의 자취가 비석이란 생각이다. 

[103] "나는 쉬운 길로 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중략)

"연어들에게는 연어들의 길이 있다고 생각해."

폭포를 거슬러 올라가려는 연어 떼를 두고 은빛연어가 한 말이다. 인간이 만들어 놓은 쉬운 길이 있지만 연어들의 길로 가야한다는 주장이다. 우리 각자도 개개인의 달란트에 맞는 길이 있는 것이지 다른 사람이 갔던 길이 내가 가야할 길은 아닌 것이다. 

[107] "우리가 폭포를 뛰어넘는다면, 그 뛰어넘는 순간의 고통과 환희를 훗날 알을 깨고 나올 우리 새끼들에게 고스란히 넘겨주게 되지 않을까? 우리들이 지금, 여기서 보내고 있는 한순간, 한순간이 먼 훗날 우리 새끼들의 뼈와 살이 되고 옹골진 삶이 되는 건 아닐까? 우리가 쉬운 길 대신에 폭포라는 어려운 길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는 그것뿐이야."

은빛연어가 예전의 아버지와 같이 하는 이 말들은 결말을 아름답게 감동으로 다가오게 한다. 

[108] 쉬운 길은 길이 아니라고, 너는 말했지. 거슬러오르는 기쁨을 알려면 주둥이가 찢어지는 상처를 입어봐야 한다고 생각해. 나는 그것을 뱃속에 있는 알들에게 가르치고 싶어.

눈맑은연어가 엄마로서 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자 오늘날 부모들이 자식들에게 가르쳐야 할 말이다. 너무 안락한 환경에서 상처 한 번 입어보지 않고 자라는 아이들은 쉬운 길만을 가고자 할 것이다. '주둥이가 찢어지는 상처를 입어봐야 한다'는 말 깊은 공감이 간다. 

[125] 하지만 눈맑은연어는 그의 마음의 방황을 탓하고 싶지는 않았다. 눈곱만한 희망도 호기심도 없이 살아가는 연어들에 비하면, 은빛연어는 훨씬 아름다운 연어다. 은빛연어가 왜 강물 밖을 자꾸 보고 싶어했는지, 왜 마음의 눈으로 이 세상을 보고자 했는지, 그녀는 알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잃을 때 무기력하고 쉬운 길만을 추구하게 된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은 우리를 모험으로 이끌고 더욱 더 성장하는 길로 안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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