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블랜더 거실
교육

고3 큰아들과 한강변 4시간 산책(190504)

by bandiburi 2019. 5. 4.

고3 중간고사를 마친 큰아들과 함께 힘든 수험생활에 대해 위로도 할 겸 이야기를 나눠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급히 금요일 퇴근해서 서울로 올라오는 전세버스 안에서 아들에게 토요일 오전에 시간을 내달라고 하고 응답을 받았지요. 


인도에서 고1까지 마치고 한국에서 고1을 다시 시작했지만 적지않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고3이 된 현재까지 나름은 열심히 했지만 마음처럼 성적은 나와주지 않아 마음 고생도 컸습니다. 


학원이나 과외와 같은 사교육을 통해 습득한 지식은 스스로 씹어 소화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며 공교육과 자기주도 학습을 강요해온 아버지의 횡포(?)가 한 역할을 했을 수도 있습니다. 


직접적으로 얘기하지 못하지만 대부분의 친구들이 학원을 다니고 있기에 학원에 대한 로망이나 학원에서 얻는 정보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래도 강직하게 씩씩하게 주말이면 구리역 근처 운동장에서 농구를 즐기며 주중에는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당초 토요일 오전 7시에 근처에 있는 검단산을 가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금요일 저녁에 4시간 가까이 농구를 마음껏 즐긴 탓에 아침에 몸이 뻐근하다며 산행은 피하자고 합니다. 그래서 평지를 걷는 쪽으로 방향을 바꿔 여유있게 10시에 한강변을 따라 걷는 것으로 했습니다. 

도농역에서 출발해서 왕숙천을 따라 한강으로 가며 요즘 관심거리와 친구들 얘기를 했습니다. 아들이 하고 싶은 얘기도 하고, 아빠가 어린 시절 경험했던 얘기도 해주었습니다. 5월들어 본격적으로 25도가 넘는 날씨가 시작되어 햇살은 따가워집니다. 다행히 아직 습도는 높지 않아서 걸을 만은 합니다. 모자를 쓰지 않은 탓에 집에 돌아와 보니 콧잔등부터 붉게 탔습니다. 


한강변을 따라서 걷기 시작한지 초입에 있는 수동리 근처에서 1차로 쉬면서 바나나와 오예스 과자를 먹었습니다. 시원한 나무그늘 밑에서 쉬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로 여행을 합니다. 도보길과 겹치는 구간은 위험하기도 합니다. 자전거로 열심히 주행하는 사람들은 춘천 등 먼 거리를 예상하고 가겠지 지레짐작도 해봅니다. 


다시 덕소쪽으로 향합니다. 수동리 산을 넘으며 가파른 경사길을 걷습니다. 산마루 부근에서 나이가 지긋한 외국인이 가방 두 개를 매달고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쉬고 있는 분이 영어로 어디까지 가냐고 묻는데 '부산'이라고 합니다. 5일을 여정으로 부산을 향해 출발한 것입니다. 멋있다는 생각, 부럽다는 생각, 자전거를 늘 즐기는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이 순간 교차했습니다. 


드디어 덕소역 부근의 미사대교 근처에 도착했습니다. 2시간을 걸었기에 땀도 약간 나고 피곤기가 듭니다. 아들은 물을 연신 마십니다. 그곳에서 수험생활의 스트레스에 대해 함께 얘기를 나눴습니다. 한 친구에 대한 얘기를 합니다. 고1 때에는 건물폭파에 대한 일을 하고자 했으나 고3이 되며 현실적인 고민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떤 꿈이든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구체적으로 어떤 지식이나 경험이 필요한지 꼼꼼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주었습니다. 


대학을 들어가는 친구들이 있고 그렇지 못한 친구들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대학이 그들의 인생의 성공과 실패를 결정하는 것이 전혀 아니라는 점을 잊지 말라고 부담감을 덜어주고자 했습니다. 대학입시가 마치 전부인 것처럼 강조하는 일부 어른들이 있지만 대학입시를 통해 혜택을 본 사람들일 수도 있고 착각하고 있는 어른들일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은 자신이 경험하고 열심히 파헤친 흔적으로 인생이 형성될 것입니다. 다양한 분야의 성공 사례들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부모로서 어른으로서 아이들에게 다양한 분야를 알려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냥 평범하게 대학에 가야한다. 좋은 대학에 가야 너의 인생이 성공한다라는 단편적인 정보만 전달해서 그렇지 못하면 마치 선택권 조차도 없는 것처럼 그릇된 사인을 보냅니다. 그래더 성적이 좋지 않은 아이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것일 겁니다. 


덕소까지 가니 약 10km를 걸었습니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자고 하니 아들이 몸이 힘들다며 덕소역에서 지하철로 이동하자고 해서 덕소역으로 향했습니다. 출발 전에 고래 조형물 앞에서 아들 사진을 찍었습니다. (첫번째 사진)

아들이 교통카드를 가지고 오지 않아 표를 끊는 중에 '덕소역 스마트 도서관'이란 곳에서 뭔가를 만지작 거립니다. 그래서 가보니 남양주 도서관카드를 이용해 책을 빌릴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아들이 고른 두 권의 책을 빌렸습니다. '데미안'과 '크리스퍼가 온다'라는 책입니다. 

집으로 돌아오니 2시가 다 되었습니다. 4시간의 짦은 여행이었지만 부자간에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아들은 아빠를 아빠는 아들을 생각하는 4시간은 소중했습니다. 이 정도면 아들이 잘 자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