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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습관

독서습관120_영국 빅토리아 시대를 보여주는 작가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책_플랫랜드-에드윈 에벗_2017_ 필로소픽(1810)

by bandiburi 2018. 10. 27.

 저자 에드윈 A. 에벗(Edwin Abbott Abbott, 1838-1926)은 영국의 작가, 교육자, 언어학자, 신학자이다. 케임브리지 세인트 존스 칼리지에서 수학, 서양 고전학, 신학을 공부했다. 1862년 세인트 존스 칼리지의 선임연구원으로 임명되었고, 1863년 사제 서품을 받았으며, 1865년 시티 오브 런던 스쿨의 교장이 되었다.

이후 영문학을 교과과정에 포함시키는 등 근대 영어 교육에 큰 공헌을 했다. 교육 활동 외에도 신학과 언어학 분야에서 다양한 학술 활동을 전개했다. 1872년 신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필로크리스투스> 등의 신학 관련 저서와 방대한 분량의 복음서 해설서를 남겼다. 또한 <셰익스피어 작품의 문법> 등 셰익스피어에 관한 다양한 연구서를 저술했다. 에벗은 사회운동에도 많은 관심을 가졌는데, 특히 여성의 교육을 위한 제도 개선에 힘썼다. 


 큰 아들이 도서관에서 빌렸다는 독특한 이름의 책이 집 거실 책상 위에 놓여져 있었습니다. 살짝 들춰보니 사각형, 2차원, 수열 등 수학용어들이 나오기에 고등학생으로서 수학에 대한 일반서적을 보고 싶어 하나 보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조금 더 읽어보니 수학보다는 철학에 가깝고 19세기 후반 빅토리아 시대(영국 빅토리아 여왕이 통치하고 있던 1837년부터 1901년까지의 기간으로 산업혁명의 경제 발전 성숙기인 대영제국의 전성기)의 영국 사회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책으로 쉬운 책은 아니었습니다. 


 호기심이 발동해서 아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먼저 읽게 되었습니다. 1차원, 2차원, 3차원의 세계를 이야기 하지만 이 책의 제목처럼 '플랫랜드'라는 2차원 평면에서 살아가는 도형들의 시각에서 이야기를 풀어간 도서는 처음입니다.

그리고 주인공인 '사각형'이 풀어나가는 이야기 속에는 19세기 후반 영국사회의 단면을 볼 수 있습니다.

 여성을 직선으로, 경찰이나 군인을 이등변삼각형으로, 신분이 올라갈수록 다각형이 되고 성 직자는 동그란 원으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각이 크다는 것은 찔리면 치명상을 입게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각형이 1차원의 선의 나라에 가서 왕을 만나서 어떻게 결혼을 하고 자녀를 유지하는지 묻는 장면은 작가의 상상력이 돋보였습니다. 그리고 점의 세계에 대한 상상력 부분은 불교가 떠올랐습니다. 

 2차원 평면에서만 살던 사각형이 '구'를 만나 3차원 세계를 여행하는 부분은 마치 기독교에서 이생에서의 삶을 벗어버리고 천국을 여행하는 모습이 상상되었습니다.
예수가 부활하듯이 우리의 삶이 3차원을 넘어선 4차원의 세계로 여행하는 것과 유사하겠다는 상상입니다.


 책의 구성측면에서 독특한 점이라고 하면 왼쪽 페이지에는 플랫랜드에 사는 사각형의 이야기가(즉, 저자의 글) 펼쳐지고, 오른쪽 페이지에는 내용에 대한 주석이 담겨 있어 왼쪽과 오른쪽을 함께 보며 좀 더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점입니다. 주석은 수학과 교수들이 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약간은 어려울 수도 있지만 역사, 문학, 철학, 수학에 대한 관심이 있다면 흥미를 가지고 읽을 수 있겠습니다. 역사, 문학, 철학, 수학이란 용어 자체가 학생들에게 위압감을 줄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교실에서 학문을 배운다기보다는 문제를 잘 푸는 방법을 배우기 때문입니다.

학문을 배우는 즐거움을 알려주면 좋을 텐데 배우면 무조건 시험을 봐야 하는 것입니다. 배움=지루함/고통 등으로 생각하지 않을까요. 이 책을 부담 없이 아이들이 즐길 수 있고 이를 통해 부족함을 알고 다른 분야에 대한 호기심을 확장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이하 책에서 발췌했습니다. 

8) <플랫랜드>를 작업할 때 애벗은 과거를 재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과거 속에서 현재를 재현하기 위해 '역사적 상상력'을 이용했다. 그는 그리스 고전기의 '문명'과 유사한 문명을 지난 2차원 공간 안에 후기 빅토리아 시대 영국을 다양한 방식으로 투영함으로써 기하학적 은유를 확장시켰다. 그뿐 아니라 빅토리아 시대 옹호자들이 합리화해온 그리스 고전기의 양상들 가운데 일부 - 예를 들어 노예제도, 엄격한 계급체계, 여성혐오, 사회다윈주의 - 를 이 상상의 문명 안에 부각시킴으로써 당시 사회에 대한 풍자적인 해석을 강조했다. 

44) 다각형과 동그라미 들은 자연법칙을 적절히 이용함으로써, 인간의 마음에서 일어나는 억제할 수 없는 무한한 희망을 미끼로 아예 요람에서부터 거의 언제나 폭동을 억압할 수 없는 무한한 희망을 미끼로 아예 요람에서부터 거의 언제나 폭동을 억압할 수 있습니다. 기술 역시 법과 질서를 돕는데 이용되지요.

103) "색채반란"은 <플랫랜드>와 영화 <Pleasantville>이 가지는 여러 유사점들 중의 하나다. 이 영화에서 한 쌍둥이는 1950년대의 흑백텔레비전 프로그램 속으로 전송된다. 그 쌍둥이가 그들이 대체한 텔레비전 속 남매의 삶을 살아감에 따라 그들은 플레전트빌에 관능성, 열정 그리고 자기 자신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라는 새로운 요소를 도입한다. 이 새로운 요소들은 영화에 색깔이 자연발생적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상징된다. 

141) 인간 종족의 질을 개선하자는 제안은 고대부터 있었다. 예를 들어 소크라테스는 집단을 "가능한 한 완벽하게 하기 위해서" 선택적인 짝짓기가 행해져야 한다고 촉구했다<국가>. 우생학은 바람직한 유전 성질들을 선택하여 인간을 개량하는 일을 정식으로 연구하는 학문으로 프랜시스 골턴 같은 사람들의 연구결과와 함께 19세기에 시작되었다. 골턴은 "연속한 몇 세대 동안 신중한 결혼을 통해 매우 재능 있는 인간 종족을 만들어내는 것은 분명히 실행 가능한 일이다"라고 주장했다. 

223) 플랫랜드에서의 생활이 사각형으로 하여금 다른 차원의 공간이 가능하다는 것을 상상도 할 수 없게 만들었기 때문에, 구가 사각형의 이성과 이전 경험들에 대고 호소한 것은 성과가 없었다. 철학적인 여행은 이 세계와의 완전한 '결별'을 요구한다. 그래서 구는 사각형을 평면에서 공간 속으로 들어올린다. 

299) 1929년 버지니아 울프가 "영국의 역사는 남성의 역사이지 여성의 역사가 아니다"라고 애통해했다. 

300) 19세기 후반에는 찰스 라이엘의 <지질학의 원리들>이나 다윈의 <종의 기원>을 필두로 하는 과학의 발전이 있었다. 이것들은 신학의 가정들과 성경의 절대적 무오류성을 의심하게 만들었고 "빅토리아 시대의 신앙의 위기를 가져오는 데 기여했다. 

301) 기린은 키가 큰 나무의 잎들을 뜯어 먹기 위해 목을 펴야 하므로 목이 늘어나게 된다. 그러고 나서 이 '늘어난 목의 성질'은 그 후손에게 유전된다. (라마르크 1984). 획득된 형질이 유전될 수 있다는 생각은 19세기 후반까지 다윈이나 혹은 어떤 다른 과학자들에 의해서도 심각하게 도전받지 않았다. 

357) 이 책은 사회를 풍자하는 소설이며, 특히 교육과 계급사회에 대한 비판에 중점을 둔다. 예를 들어 플랫랜드에서는 다각형으로 태어난 아이들이 올바른 각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 교정을 받는데, 그런 와중에 많은 아이들이 죽기도 한다. 이것은 단순 암기와 체벌로 아이들을 억압하는 일이 흔했던 당시의 영국 교육에 대한 풍자이며 비판이다. 그 밖에도 완벽한 형태를 타고난 동그라미는 불임이라든가, 여성은 가장 천한 신분이면서 동시에 가장 위험하다든가 등 당대의 사회적 풍토가 신랄하게 풍자되어 있다. 

358) 이 책이 백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고전으로 남게 된 것은,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우리로 하여금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라는 메시지를 설득력 있게 제시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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