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하면 왠지 딱딱하고 일반인들의 생활과는 별로 관계가 없게 느껴진다. 법이라는 것은 법규를 위반해서 범칙금을 받는 정도로 불편한 경우에 우리 곁에 다가온다. 하지만 헌법이란 것은 사실 개인이 자유롭게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법인 것이다. 저자는 다양한 분야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접목해서 헌법을 여러 각도에서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어렵지 않고 자연스럽게 우리의 삶과 관련된 헌법을 모습을 드러내 주고 있다. 짧지만 헌법에 대해 생각해보고 일부는 깨닫는 부분도 있었다. '법'하면 거림찍한 느낌을 가진 분들에게 추천한다. 가볍게 헌법이란 것에 대해 터치할 수 있는 책이다.
이하 책의 내용을 발췌해서 정리한다.
[41] 시민은 자신의 존엄성을 자각하는 만큼 타인의 존엄성도 존중하며, 모든 사람이 평등함을 자각합니다. 이러한 시민의식의 뿌리는 주권자 의식에 있습니다. 내가 이 세상의 주인이고, 주인답게 살아가겠다는 결의가 있는 사람이 곧 시민입니다. 억압과 독재를 거부하는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사람이 시민이 될 수 있습니다. 신민은 국가의 지배를 받지만 시민은 국가를 자기의 필요에 따라 사용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동아시아에 이러한 시민들의 수가 많아져야 합니다. 신민은 전쟁을 초래하지만 시민은 평화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헌법은 평화입니다.
[52] 세계 역사상 옹졸하고 경직된 국가관을 가진 나라가 대제국을 건설한 사례는 없습니다. 이는 개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삼라만상을 차별 없이 대하고, 나와 생각이 다르거나 이질적인 것조차 큰 품으로 포용하는 태도야말로 나라가 흥성하게 되는 기초입니다. 공화국의 어원인 라틴어 'Res publica'는 '모두의 것'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이 세상은 한두 사람의 것이 아니라 모두의 것이라는 생각이 공화주의의 핵심 아이디어입니다.
[61] <데스노트>라는 일본 영화가 있습니다.
[65] 현행 헌법에는 국회가 아무리 일을 안 하고 무능해도 임기 동안에는 제재할 방법이 없지만, 앞으로는 선거 이외에도 국회나 국회의원이 잘못에 대해 언제든 책임을 지도록 하는 방안을 헌법에 규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68] 세계 3대 디스토피아 소설로 꼽히는 조지 오웰의 <1984>는 가상 국가 오세아니아를 무대로 사람들의 자유로운 생각이나 비판을 단속하는 '사상경찰'이 등장합니다. 오세아니아의 하급 당원인 주인공 윈스턴 스미스는 기록관리국에 근무하면서 '타임지'의 과거 기사를 수정하여 역사를 조작하는 일을 담당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암시장에서 노트와 연필을 구입하여 일기를 쓰기 시작합니다. 사사로이 일기를 쓰는 것은 당의 방침에 위배되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그는 일당독재에 저항하다가 배신을 당하여 체포됩니다.
다르게 생각할 권리는 헌법이 존재하기 위한 기본 전제입니다.
[69] 조선왕조는 약 500년 동안 실록 편찬에 엄격한 원칙을 고수했습니다. 실록은 왕이 사망한 이후에 사관이 작성한 초안을 토대로 공식적인 편찬 작업에 들어갔으며, 사관의 자유로운 논평을 허락하였습니다. 왕은 자신에 대한 실록의 기초 자료인 초안을 열람할 수 없었습니다. 살아 있는 권력과 역사적 평가의 주체를 분리시킴으로써 조선이라는 나라가 왕의 개인 소유물로 전락하는 것을 막고, 신하들이 왕과 다른 생각을 할 권리를 보장한 것입니다.
[73] 역사를 발전시킨 것은 남과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한 사람들이었습니다.
[75] 서양 중세시대에는 교회의 사전 검열을 거쳐 허가를 받지 않으면 책을 낼 수 없었습니다.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교황 우르바노 8세를 설득하여 허락을 얻고 5년간 집필 끝에 전통적인 천동설과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비교 설명하는 <프톨레마이오스-코페르니쿠스 두 개의 주요 우주 체계에 대한 대화>라는 책을 펴냈습니다.
[76] 영국의 존 밀턴은 자유를 위한 경전이라고 할 수 있느느 <아레오파지티카>에서 "나에게 어떤 자유보다 양심에 따라 자유롭게 알고 말하고 주장할 수 있는 자유를 달라"라고 외쳤습니다 (중략) 밀턴의 <아레오파지티카>는 영국의 권력이 군주에서 의회로 넘어가는 영국내전(청교도혁명)의 한복판에서 쓰였는데, 밀턴은 영국 의회에 이 책을 헌정합니다.
[80] 영국의 극작가 모리스 마테를링크가 쓴 동화극 <파랑새>에는 가난한 집에 살고 있는 틸틸과 미틸 남매가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84] 행복의 경제학적 정의는 흔히 '소유를 욕구로 나눈 것'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행복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욕구를 줄이거나 소유를 늘려야 합니다. 욕구를 줄이는 문제는 철저히 개인의 영역에 속하며 다른 사람이 욕구를 줄이라고 강요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소유를 늘리는 것은 개인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 국가가 함께할 수 있습니다.
[85] 2017년 2월 19일 SBS스페셜 <시크릿 공화국>에 소개된 에피소드입니다. 이 프로그램의 인터뷰에서 스웨덴 국가기록원 관계자는 "정부는 그런 정보를 감출 수 있는 권한이 없어요. 대중매체에 공개하게 되어 있어요.~"
[91] '산티아고 순례길'은 예수의 제자였던 야곱이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서 걸었던 길로 프랑스의 생장 피에드포르에서 그의 유해가 있는 스페인 북서부 도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약 800킬로미터에 이르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도보여행 코스입니다. 파울로 코엘료가 직접 이 길을 걸으면서 구상한 소설 <순례자>가 출간된 이후 더욱 유명해졌으며, 1993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후에는 전 세계에서 순례객이 몰려들기 시작했습니다. <순례자>에는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92]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충만한 삶을 즐기는 것일진대, 나는 무엇 때문에 거절당할까 두려워하고 하고 싶은 일을 훗날로 미루었던 것일까?
[93] 여행을 많이 다닌 사람들을 보면 대체로 마음에 여유가 있고, 매사를 긍정적인 관점에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히브리어에 '현자'와 같은 말에는 '멀리서 온 사람'이라는 뜻이 있다고 합니다. 이를 보면 유대인들은 긴 여행을 통해서 현명해진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던 것 같습니다.
(중략)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하기 전이나 학부를 졸업하고 대학원에 진학하기 전에 1년 정도 입학을 미루고 자유롭게 다채로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간인 '갭이어(Gap year)'가 확산되는 추세입니다.
[96] 고려시대에 시작된 '병작반수'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남의 땅에서 농사짓는 소작인이 한 해 수확량의 절반을 지주에게 바치는 제도로 고려시대의 일반적인 소작 형태였습니다. 이는 백성들에게 부담스러운 것이어서 조선 태조 이성계는 위화도회군 이후 과전법을 도입합니다. 과전법은 관료들이 국가에서 나누어 받은 토지(과전)의 소작료를 10퍼센트로 제한했습니다.
[104] 이처럼 한번 높아진 소비성향은 이후에 소득이 줄더라도 금방 낮아지지 않습니다. 이런 현상을 경제학에서는 '톱니 효과'라고 합니다. 높아진 소비성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더 많이 벌어야 하는 것입니다.
[113] 비정규직은 있어도 비정규 인생은 없습니다. 모든 인간은 고귀한 존재이며 사회적 신분을 차별의 근거로 삼아서는 안 됩니다.
[114] 세계 4대 성인(석가모니, 공자, 소크라테스, 예수)이 모두 사교육 종사자였다는 것은 교육의 본질이 개인 간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사적인 영역의 일이라는 것을 새삼 일깨워 줍니다.
[115] 국가가 교육에 본격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한 것은 산업혁명 이후의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국의 경우 18세기까지는 교육을 사적인 일로 생각하여 국가가 개입하지 않다가 산업혁명으로 사회구조가 바뀌면서 19세기 초부터 공교육의 필요성이 제기되어 1833년부터 국민교육에 국고보조금을 지급하기 시작했습니다. (중략)
한국에서 근대 공립학교의 효시는 육영공원입니다. 서울의 육영공원은 1886년 미국의 교사 3명을 초청하여 개교하였는데 학생 정원은 30명이었고 학비와 기숙사비, 교재비를 모두 정부가 부담했습니다. 심지어 매달 학생들의 담뱃값도 지급해 줬습니다.
[119] ~ 그렇게 생활하다가 학문에 관심이 생겨서 좀 더 공부를 하고 싶다면 그때 가서 대학에 진학해도 늦지 않겠지요.
아무리 사교육이 필수라지만 사교육 한 번 안 받고 국내는 물론 미국의 명문대로 진학하는 고등학생들도 여전히 있습니다. 인터넷 강의, 유튜브, 칸아카데미, 외국 유명대학의 온라인 강의 등 사교육 없이도 얼마든지 글로벌 수준의 괜찮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이미 우리 곁에 와 있습니다.
[123] 최근에는 150세까지 생명을 연장할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타임>지가 2015년 2월 23일자 커버스토리로 소개한 '라파마이신'이라는 약은 원래 장기이식 환자의 거부반응 차단을 위한 면역억제제인데, 이를 투여한 쥐의 수명이 60퍼센트까지 늘어났다고 합니다. 라파마이신은 모아이 석상으로도 유명한 라파누이 섬(이스터 섬)에서 발견된 박테리아 추출 물질로 체내의 특정 단백질 기능을 방해하여 노화 진행을 억제하는 작용을 합니다.
■ 저자: 조유진
저자 조유진은 헌법 교육의 불모지였던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헌법 대중화'를 주장하였다.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청와대, 국회, 정당 등에서 일했다. 청와대 행정관 시절 대통령의 국정 행위를 헌법의 관점에 비춰 살펴보는 업무를 담당했고, 국회정책연구위원으로 주요 현안을 분석하고 개선책을 마련하는 일을 했다. 국회법제사법위원장 보좌관으로 재직할 때는 국회에 제출된 모든 법안을 밤새워 검토하면서 위헌적 요소가 있는 법안을 가려내기도 했다.
2012년 출간한 대중을 위한 헌법개설서 <헌법사용설명서>는 우리의 정치현실을 헌법적 시각에서 비평하고 제헌헌법의 역사적 가치를 새롭게 조명하면서 언론으로부터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이 책은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에 선정되었다. 2013년 청소년을 위한 헌법 길라잡이 <처음 읽는 헌법>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우수 출판기획안으로 선정되었으며 중고등학생들의 논술교재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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