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블랜더 거실
독서습관

[123]개미 1_지하실 클리프니 103호

by bandiburi 2018. 11. 11.

 대학시절에 베스트셀러로 서점에서 한창 팔리던 소설 <개미>였습니다. 하지만 왠지 저자 베르베르의 얼굴이 크게 인쇄되어 있는 책에 반감이 있어 읽지 않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하철로 하루 2시간을 출퇴근하며 책을 읽고 있는 2018년 드디어 <개미>의 내용으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도 자발적이기보다는 다른 책에서 인용된 <개미>의 내용이 의외로 철학적인 내용이 있고 나의 생각과도 일치하는 부분이 있어서 도서관을 찾았습니다. 

이미 25년이 되었습니다. 곤충 '개미'에 대한 저자의 관찰력을 바탕으로한 상상력의 산물이기에 스마트폰으로 내 손 안의 컴퓨터가 대세인 현재도 감동을 주는 내용입니다. 

일단 구성이 재미있습니다. 크게 세 가지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개미의 입장에서 펼쳐지는 이야기, 인간들의 세상에서 펼쳐지는 이야기 그리고 그 사이에 에드몽 웰즈가 만든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입니다. 이 백과사전은 저자의 관찰한 내용이나 지식을 이야기 전개에 맞춰서 끼워 넣은 듯한 내용입니다. 역사, 철학, 과학 등 모든 영역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처음에는 이러한 구성에 적응이 되지 않아 어색한 면이 있었지만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어가면서 익숙해지고 작가 나름의 의도적인 배치가 있구나 알게 되었습니다. 

1편에서는 '벨로캉 연방'이라 불리는 개미왕국에서 여왕개미를 중심으로 어떻게 개미들이 구성되어 있고 다른 종의 개미들과의 경쟁과 대화방법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주인공인 병정개미 103호 개미가 등장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개미왕국을 만들기 위한 여왕개미 '클리푸니'의 모험과 왕국의 건설이 나옵니다. 

그리고 인간의 편에서는 에드몽 삼촌의 '지하실에는 절대 들어가지 말라'는 편지에 자극받아 조나탕이 들어가서 나오지 않고 그 가족들과 경찰, 소방대원들이 나오지 않는 이유와 구출을 위해 들어가지만 결국 아무도 나오지 않게 되는 궁금증을 자아내는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다음 내용이 궁금해집니다.


도시들의 연방이라는 개념이 확실히 서자 몇몇 도시들이 특정 산업을 전문화할 수 있게 되었다. 벨로키우키우니가 꿈꾸고 있는 대로라면, 어떤 도시는 곡물만 취급하고, 어떤 소시는 고기만을, 또 어떤 도시는 전쟁만을 책임지는 날이 언젠가는 올 것이다. 

 아직은 그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그러나 그 생각 역시 개미들의 일반적인 철학에서 가르치는 또 다른 원리와 잘 맞아떨어지는 것임이 분명하다. 그 원리란 <미래는 전문가들의 것이다>라는 것이다. (54)
아프리카의 마냥개미들 말일세.. 자네, <성난 마라분타>라는 영화 본 적 있나?

 마라분타란 도릴린 개미의 일종인 마냥 개미 또는 검은 아노마 개미가 떼를 지어 모여 있는 것을 말하는데, 이것들이 평원을 나아갈 때는 지나는 길에 있는 모든 것을 폐허로 만든다네.(113)
중국 격언에 이런 말이 있지 않던가 <묻는 사람은 잠깐 바보가 되지만 묻지 않는 사람은 평생 바보가 된다> (116)개미가 두려움이나 즐거움이나 분노를 느끼게 되면, 호르몬이 몸 내부에서 순환할 뿐만 아니라 몸 바깥으로 나가 다른 개미들의 몸 안으로 들어간다. 몸 밖으로 나가는 호르몬이 이른바 페로 호르몬 또는 페로몬인데, 이것이 있는 덕분에, 개미들은 한 마리가 소리치려 하거나 울려고 하면 수백만의 개미가 동시에 같은 상태가 되는 것이다. 남들이 경험한 것을 똑같이 느낀다는 것. 자기 자신이 느낀 것을 남이 똑같이 느끼게 한다는 것은 놀라운 감각임에 틀림없다. (219)
고대 로마 인들은 술을 부으며 신에게 제사를 올릴 때 사람의 시체를 한가운데에 가져다 놓곤 했다. 그럼으로써 모든 사람들은 만사가 덧없다는 것과 언제라도 죽음이 찾아올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곤 했던 것이다. (247)

독서습관 123_개미 1_베르나르 베르베르_1993_열린책들(181104)


■ 저자: 베르나르 베르베르

<개미>라는 아주 놀라운 소설로 문단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베스트셀러 작가의 대열에 합류한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두고 어떤 평자가 '프랑스의 천재 작가'라고 했다. 그러나 베르베르는 결코 천재 작가가 아니다. 왜냐하면 <개미>가 아무리 신선한 발상과 기상 천외한 기지로 가득 찬 소설이라고 하더라도 이는 결코 우연의 산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그의 행적이 보여 주듯 그는 아주 어려서부터 개미를 관찰하고 연구해 온 개미 박사이다. 소설 <개미>에 등장하는 천재 과학자 에드몽 웰즈가 <개미 박사>이듯이...

베르베르의 개미 관찰은 그가 개미들의 조직 생활과 일하는 모습에 매료되면서부터 시작된다. 그는 <개미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개미의 집을 부수지 ㅇ낳게 된 것은 열두 살 무렵>이었다고 고백한다. 그는 열일곱이 되던 해에 자신의 첫 개미 도시를 방안에 들어앉히면서 본격적으로 소설 <개미>를 구상한다. 그러던 중 1983년, 그의 개미 관찰은 획기적인 전기를 맞게 되는데 <뉴스> 재단에서 마련한 콘테스트에서 아프리카 개미에 관한 리포트로 호평을 받는다. 작가는 곧바로 아프리카의 코트디부아르로 가서 <마냥 개미>를 관찰하고 돌아온다. 그는 귀향하면서 하나의 강박 관념, 즉 개미들의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개미집의 복잡하고 이상한 세계로 사람들을 안내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는 이때부터 자신의 퍼스널 컴퓨터를 혹사시키면서 120번에 가까운 개작에 개작을 거듭한 끝에 1991년 봄 드디어 소설 <개미>를 탈고한다. 그는 <개미>로 <과학과 미래>의 그랑프리와 <팔리시>상을 받았으며, <개미>는 이미 10여 개 국에 판권이 팔렸다. 그의 경력은 좀 엉뚱하다. 1961년생인 그는 고향 툴루즈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국립 언론 학교에서는 저널리즘을 전공하였다. 대학 졸업 후에는 <르 누벨 옵세르바퇴르>에서 저널리스트로 활동을 하면서 과학 잡지에 개미에 관한 평론들을 발표한다. <별들의 전쟁> 세대에 속하기도 하는 그는 고등학교 때에는 만화와 시나리오에 탐닉하면서 <만화 신문>을 발행하기도 했으며 올더스 헉슬리와 H. G. 웰즈를 사숙하면서 소설과 과학을 익혔다. <개미>는 30년의 생애가 응축되어 있는 작가 베르베르 자신의 <마이크로> 소설이다.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