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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습관

[역사]82_사법부 법을 지배한 자들의 역사_한홍구_2016_돌베개(180629)

by bandiburi 2018. 6. 30.

저자 한홍구는 서울대학교 국사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워싱턴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성공회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 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국정원 과거사위원회) 민간위원을 역임했으며, 평화박물관 이사, '손잡고'(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을 잡고) 운영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한국 현대사를 왜곡하고 헌법정신을 훼손했던 사람들을 기록한 <반헌법행위자 열전> 편찬 작업에도 앞장서고 있다. 

한홍구는 지난 사건들의 현재적 의미를 밝히고 소개하는 저술 작업과 강연을 꾸준히 해온 역사학자다. 지은 책으로 현재사 서술의 전형이라고 평가 받는 <대한민국사1~4><특강><지금 이 순간의 역사>를 비롯해 정수장학회의 진실을 추적하고 기록한 <장물바구니>, 한국 사회를 향한 과감한 쓴소리를 한 권에 모은 <직설>, 1970년대 박정희 정권을 집중 조명한 <유신>, 역사와 책임의 문제를 연결시켜 성찰한 <역사와 책임> 등이 있다. 

기계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로서 90년대 대학시절에는 소위 운동권에 대해 큰 관심이 없었고 문제의식도 없었던 나에게 이 책은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해방 후로부터 현재까지의 우리나라 사법부를 이끌었던 사람들의 태도에 대해 시계열적으로 적나라하게 기술했다. 80년대 후반 고등학교 시절 이 나라의 민주화운동의 바람이 크게 일었던 때였다. 하지만 고등학교 교실에서 선생님은 대학 선배들이 와서 선동적인 말을 하면 절대 듣지 말고 얘기하라고 하셔서 좋지 않은 선배라는 인상이었다. 그들은 용기 있는 사람들이었고 사회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진 깨어있는 지식인이었다.

 막상 90년대초 대학에 들어갔을 때는 데모도 80년대와는 달리 많지 않았고 간간이 있었지만 남의 나라 일처럼 대했다. 대자보가 붙어도 그들의 일로 치부했었다. 90년대에도 여전히 민주화가 되었다지만 수구정권에 의해 사법부가 움직였고 바로잡아야 할 일들이 많았다. 최근에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벌어진 일들을 보면 권력과 부를 가진 수구 기득권층이 얼마나 국민들을 우롱하면서 그들만의 위치를 유지하고 더 갖고자 안달을 했는지 드러난다. 

 SNS가 일상화되고 모든 소식이 글로벌하게 공유되는 세상에서 더 이상 주요 언론을 통제하는 것으로 치부가 가려지지 않는다. 그래서 많은 국민들이 깨어 더 나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관심을 가지고 자신의 역할을 다하면서도 정치가 올바로 갈 수 있도록 지켜볼 수 있다. 

한홍구 교수는 벙커특강을 통해 알게 되었다. 유튜브를 통해 '유신'에 대한 그의 강의를 들었는데 2시간이 넘는 시간도 그에게는 할 말이 너무나 많아 극히 일부분만 해서 아쉬운 것 같았다. 유신시대에 태어나 초등학교를 다녔지만 5.18에 대해서도 전혀 모른 채 박정희의 서거와 새로운 전두환 대통령의 초상화만 걸려 있었던 것이 기억날 뿐이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조용히 더 잘 살아보기 위해 노력하는 시기에 정권을 잡은 자들은 삼권분립을 무시하고 자신들의 입맛에 맛게 나라를 운영하기 위해 법관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했다. 

책에서 소개한 많은 사건들이 내게는 처음 접하는 것들이었다. 중요한 것은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시대에도 의연하게 자신의 소신을 가지고 위협에 대해 대처했던 분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반면 대부분의 법관들은 정권의 지시와 위협에 순응했다. 

올해 초 영화 <1987>을 통해 박종철 고문치사사건과 이한열 열사의 죽음에 대해 더 자세히 알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진실을 은폐하려 했던 자들의 행태는 그들의 권력이 영원할 것이란 착각속에 이뤄졌지만 언젠가는 드러난 다는 사실을 권력의 단맛이 있는 동안 몰랐을 것이다. 

이 책은 사법부의 법관들과 정권의 실세들 사이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과거의 기록을 토대로 쓴 책으로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조작사건들도 많이 포함되어 있다.  

 이 나라에서 판사나 검사, 변호사로서 활동할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고 어떠한 삶을 살아야 할지 참고하면 좋겠다. 영화 <내부자들>, <변호인> 등에 나오는 장면들이 실제로 있는 일이라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다. 검사들이 마치 큰 감투라도 쓴 것처럼 권력을 행사한다면 안 될 것이다. 어디까지나 '사실'만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이 땅에서 억울하게 법의 판단을 받는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11] 법률과 법원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상황을 두고도 프레드 로델은 <저주받으리라, 너희 법률가들이여!>라는 명저를 남겼다. 

[55] 또 박정희는 유신헌법에서 군인, 군속, 경찰공무원 등은 국가에 대한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못 박아버렸다. 이 조항은 1987년 헌법을 개정할 때도 살아남아 현행 헌법에도 가장 부끄러운 조항으로 여전히 남아 있다. 현재 우리는 어떤 법률이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생각할 때 헌법재판소로 가져가 위헌 여부를 물어본다. 그런데 군인 등은 헌법에 떡하니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되어 있으니 제아무리 유능한 변호사가 수십 명 붙어도 어찌할 도리가 없다. 그러니 군대 가서 죽으면 갯값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207] 야당 의원 13명의 발언을 담고 있는 책 <민주정치1>과 광주 민중항쟁에 관한 최초의 책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350] 인천지검장으로서 당시 사건의 수사 책임자였던 김경회는 회고록 <나 이제 자유인 되어>에서 이 사건의 결론이 어떻게 어이없이 뒤집히게 되었는지를 자세히 밝혔다. 말기 암을 선고받고 죽음을 앞둔 상태에서 작성된 그의 회고록은 보기 드물도록 솔직하게 자신의 검사 생활 중 "가장 치욕스럽고 부끄러운 사건"을 고백했다. 

 

추천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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