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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딸의 김치볶음밥에 대한 단상(191024)

by bandiburi 2019. 10. 27.

포항에서 업무를 하는 중에 딸로부터 카톡이 왔습니다. 맛있는 김치볶음밥이랍니다. 보기에 별다를 것이 없는 것인데 딸이 직접 만들었기에 본인에게 큰 의미가 있다는 것입니다. 

치즈도 넣어서 자신의 입맛에 딱 맞았는가 봅니다. 무엇이든 자신의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 것은 비교할 수 없는 의미를 가집니다. 위이 사진은 정돈되어 있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서 찍은 사진일 것입니다. 

주말에 집에 와서 딸의 치즈김치볶음밥을 기대했는데 아내가 해주는 음식을 먹느라 딸에게 기회가 가질 않습니다. 

가족의 행복이란 아이들이 SKY에 들어갈 때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들이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자신의 시간을 즐길 수 있는 것이 기본입니다. 지난주에는 주중에 새벽 4시경에 복통이 찾아온 적이 있었습니다. 30분 정도를 쩔쩔매며 식은땀을 빼고 앉아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생각나는 것은 하루하루 열심히 뭔가를 배우며 살자가 아니었습니다. 이 통증이 어서 가라앉기만 하면 좋겠다는 심정이었습니다. 

우리는 평상시에 참 가족을 위해 자신을 위해 뭔가를 합니다. 심지어 자신의 건강을 해쳐가면서 돈을 벌려고 노력합니다. 그 순간만큼은 건강에 대한 걱정은 저 뒤편에 있습니다. 아이들에 대해서도 학업에 충실해라, 공부를 이렇게 하지 말고 저렇게 해라. 숙제는 제대로 했니 등 가만히 있는 모습을 보기 어렵습니다. 책상 앞에서 책이라도 펴놓고 핸드폰 게임을 해야지 아이에게 득이 된다고 안심을 합니다. 

아이들은 잠을 자고 싶고, 핸드폰을 가지고 놀고 싶습니다. 왜일까요? 이번에 딸이 한 것처럼 스스로 뭔가를 만들어 보고 싶을 때 응원을 해주고 함께 그 결과를 지켜보고 즐겨주는 것이 아이의 기억에 오래오래 남게 될 것입니다. 

학원이나 과외를 하지 않는 딸 아이는 주말이면 시간적 여유가 많습니다. 중3이지만 중간고사를 마친 지 몇 주 되지 않았기에 잠을 넉넉히 자고, 깨어있는 시간은 엄마와 부대끼며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책을 읽으면 좋겠다고 넌지시 얘기하면 하던 핸드폰 게임에서 눈길도 주지 않고 쉬는 중이라며 알아서 한답니다. 그럼 알아서 하는 것 알고 있지라고 답합니다. 

아이들은 충분히 자고 지루해지면 뭐라도 합니다. 그림을 그리다 실증이 나면 혼자 거실에서 춤을 춥니다. 그러다 지루하면 <나니아 연대기> 같은 이전에 재미있게 읽었던 책을 집어 듭니다. 아이들을 기다려주고자 강요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오늘도 넌지시 지켜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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