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은 우리나라 민주화 항쟁의 불씨를 지핀 가장 중요한 사건 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만약 이 사건이 당시 보도되지 않고 묻혔다면, 어쩌면 대한민국의 역사는 크게 바뀌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1987 1월 15일, 중앙일보 2면에 실린 ‘대학생 쇼크사’ 라는 제목의 기사로, 김근태 고문사건,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 등 정부에 의해 인권이 유린되어 왔던 것들 것 쌓이고 쌓여 결국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적개심을 분출시키게 된다. “경찰, 큰일났어” 이 한마디를 잡아내어 이 사건을 언론화시킨 신성호 기자, 언론탄압에 맞서 싸운 중앙일보, 그리고 다른 신문사들 모두가 민주화 항쟁을 시작시킨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만큼 언론의 힘이 무서운 것이다.
정말 이게 우리나라에서 실재했던 일인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책에 담긴 군부 탄압에 대한 내용은 어마무시 했다. 언론을 통제해 국민의 눈과 귀를 막기 위해 ‘언론 보도지침’을 각 신문사에 내리고, 박종철 사건 당시 검찰과 경찰이 모두 모르쇠로 일관하는 상황. ‘탁 치면 억’ 하고 죽었다니.. 그 말을 누가 믿을까.. 지금 보면 초등학생조차 믿지 않을 것 같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경찰이라는 사람들이 잘도 했던 것 같다.
이 책은 중앙일보와 신성호기자가 직접 취재하고 보도했던 자료 뿐만 아니라 당시 상황상 밝혀지지 못했던 사실들 또한 담고 있다. 대표적으로 25년만에 밝혀진 deep-throat(내부고발자) 이홍규, 물고문 혐의를 처음으로 밝힌 정구영 서울지검장 등 이 사건의 전말을 밝혀내는데 큰 일을 해주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이 외에도 민주화 운동의 도화선이 불타오르게 되었는지에 대한 분석, 당시 사회의 분위기 등을 기자답게 사실적으로 기록해 그 사건의 시대에 살아보지 못한 학생들도 간접적으로 그 사회를 체험할 수 있게 해준다. 신문, 사건 관계자들의 사진, 인터뷰, 증언 등 다양한 물증들 덕분에 영화 못지 않게 몰입될 수 있게 해준다.
최근에도 댓글알바 논란 등 언론으로 국민들의 생각에 건전하지 못한 방법으로 영향을 끼치려는 정권은 여전히 있다. 정보화 시대가 되었다. 수없이 많은 보도자료들이 실시간으로 우리에게
전달된다. 그 중에 어떤 것이 진실이고 거짓일지 우리가 잘 가려내야 한다. 1980년대 당시 대자보와 소문으로 들려오는 ‘카더라 통신’ 외에는 믿을 게 없다는 말이 있었다고 한다. 이때의 아픈 역사를
기억하며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지금에서 더 나아가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는, 사람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무언의 압박조차 없이 자유롭게 낼 수 있는 우리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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