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을 저지른 범죄자들은 감정이 메말랐을까? 그들은 태어날 때 부터 악하게 태어난 걸까? 나는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라는 책을 읽어보았다. 삶이 지칠 때 마다 읽기 좋은 책이라서 그런지 글 한 자 한 자가 나에게 큰 힘이 됐다.
주인공 문유정은 15살 때 유부남인 사촌오빠에게 강간당한 이후로 자살 시도를 무려 세 번이나 했다. 그러나 그녀의 어머니는 그녀가 꼬리를 쳤다며 외면했고, 이로 인해 큰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았다.
그녀의 집안은 실로 '사'자가 들어가는 집안이였다. 그래서 그런지 검사인 큰오빠의 후배는 유정과 결혼하려 했지만, 15년 전 받은 상처 때문에 그녀는 끝까지 결혼하지 않고 버티고 만다.
유정의 자살 시도가 끊이지 않자, 고모인 모니카 수녀는 사형수들과 면담하는데 유정을 데려가기로 한다. 유정이 첫날부터 지각하자, 모니카 수녀는 '너한테는 아무렇게나 쓰레기통에 버려도 되는 그 30분이 이들에게는 이 지상에서 마지막 30분이야. 그들은 오늘이 지나고 나면 다시는 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그런 오늘을, 그런 오늘을 사는 사람들이라구!'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사람 한 명을 만나려면 무려 일주일이라는 긴 시간을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다.
모니카 수녀와 유정이 면담한 사람은 '정윤수'라는 사형수였다. 기사에 따르면 그는 그의 일당과 평소 알고 지내던 박모 여인을 살해하고 옆방에 있던 열일곱 살짜리 딸을 강간살해하고, 그리고 그때 시장을 보고 집 안으로 들어서던 파출부 아주머니까지 죽였다고 한다. 처음엔 유정도 그 사형수에 대한 거리낌이 있었으나, 그와 매주 면회를 하다보니 그가 실로 매우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라는 걸 깨닫는다. 그도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해 크게 반성하고 있었다고 한다. 유정은 모니카 수녀가 없을 때 윤수에게 자신이 15살에 겪은 사실을 모조리 털어놓는다.
살해된 파출부 아줌마의 어머니인 삼양동 할머니도 면담을 하러 왔다. 그녀는 윤수를 용서하지만, 죄책감을 이기지 못한 윤수는 그 시간이 집행될 때보다 더 견디기 힘들었을거라 한다.
사형집행은 갑작스럽게 진행되었다. 그는 끝까지 살고 싶어 발버둥 쳤지만, 집행은 이미 시작되었다. 그가 남긴 물건들 중 하나에는 일기장이 '블루노트'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그는 동생 은수는 술에 취한 아버지에게 매일 맞고 어머니에게 쫓겨나서 앵벌이 생활을 했다고 한다. 은수는 그가 불량아들과 같이 있는 동안 시름시름 앓다가 세상을 떠났고, 그 후 그가 사랑하던 여자의 출산을 위해 백만원을 구하다가 일행인 선배가 강간과 살인을 저질러서 죄를 윤수에게 다 뒤집어 씌웠다는 것이였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삶의 소중함을 크게 느끼게 하는데 매우 좋은 책 같다. 그리고 윤수가 블루노트에 썼듯이 살인과 강간을 무려 세 번이나 저질렀다는 죄명 때문에 경찰부터 판사까지도 편견을 갖고 수사와 판결을 가볍게 진행했다는 점이 매우 안쓰러웠다. 사람의 목숨이 달려 있는 일인데도 말이다. 아마 우리가 눈여겨 봐야 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 그 뒤에 숨겨진 '진실'일지도 모른다.
나는 모니카 수녀가 유정의 30분과 사형수들의 30분을 비교하는 걸 보며 많은 교훈을 얻었다. 우리가 태어나기까지 부모님을 시작으로 많은 사람들이 함께 기뻐해주고 걱정해줬는데, 잠깐 지나가는 시련이 힘들다는 이유로 목숨을 스스럼없이 버린다는 것은 당치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형수들은 매일 아침마다 사형 되기를 두려워 하는데 왜 우리는 자신을 함부로 할까?
이처럼 책이 전하는 교훈은 매우 훌륭하다. 책 한 권으로 우리가 삶을 살며서 중요시 할 가치와 지녀야 할 태도를 모두 배운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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