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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습관

[873]커피 과학_커피에 대한 역사부터 맛과 향미를 위한 배전과 추출까지

by bandiburi 2024. 4. 15.

과학과 공학에 대한 책을 의도적으로 읽으려고 노력 중이다. 이번에는 좋아하는 커피에 대한 책 <커피 과학>을 선택했다. 약학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커피에 대한 오타쿠였던 저자의 접근방법은 일반적인 커피 관련 도서와 달랐다. 커피에 대한 깊은 지식과 함께 커피의 향과 맛을 우리 몸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생물학적 분석까지 포함하고 있다. 더 나아가서 맛과 향을 내는 성분은 어떤 것인지도 화학적 기호까지 보여주며 알려주고 있다. 

이 책은 대학교에서 커피 관련 전공이 있다면 한 학기 교재로 사용해도 되겠다 싶을 정도로 커피나무의 종류, 커피가 대륙별로 어떻게 확산되었는지 역사를 기본으로 배전과 추출까지 전반적인 부분을 다루고 있다. 그래서 쉽게 읽으려고 접근했다가 딱딱한 내용에 당황하게 된다. 

일반 독자로서 책에 있는 모든 것을 소화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상세한 자료들은 필요할 경우 다시 찾아볼 수 있는 참고도서로서의 기능을 충분히 할 수 있겠다. 커피나무의 종류와 특징, 커피에서 향미를 이루는 성분들, 배전(로스팅)이 커피의 맛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추출방법이 뭐가 있는지, 크레마가 왜 생기는지, 맛있는 커피를 먹기 위해 어떻게 보관하고 구매하는 것이 좋은지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다음은 책에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들에 대한 문장을 인용하며 의견을 포스팅했다. 

 

대학원 시절에는 약용식물에 함유된 유효 성분을 추출해 약효를 조사하는 생약약리가 나의 전공이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커피의 향미 성분에 대해 궁금증을 품게 되었다. (6)

커피 배전이란 한마디로 '생두를 가열해 볶는 것'이다. 콩 속 수분을 날리면서 통상 180~250도까지 가열하는 과정을 말한다. 배전 이후의 커피콩은 시간이 경과하면서 향이 날아가고 성분이 변질되어 향미가 열화된다. 이런 경시열화를 최소화하기 위해 배전은 소비지역에서 하는 게 일반적이다. (21)

배전에 대한 별도의 장에서 배전의 중요성을 설명한다. 생두의 내부에서 배전의 강도에 따라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알려주는 부분은 재미있게 읽었다.  마트에서 늘 배전된 원두만 구매했는데 더 맛있게 먹으려면 취향에 맞게 배전하는 편이 베스트다. 

로부스타라는 말은 '강인한' '거친'이라는 뜻을 지닌다. 이 이름이 가리키듯 아라비카종보다 내병성에 뛰어나다. 또 저지대에서도 재배가 가능하며 수확량도 많아 '강인한' 품종이지만, 아라비카종보다 향미가 '거칠다'는 평가를 받는 탓에 싼 값에 거래된다. (33)

앞으로는 원두를 구매할 때 어느 나라 어떤 종류의 커피인지 찾아보면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겠다. 

(출처: Rawpixel)

자가불화합성과 자가화합성, 어느 쪽을 택할 것인가는 그 식물의 생존전략에 따라 달라진다. 자가수분이 가능하다면 확실하게 수분되어 자손을 남길 수 있는 장점을 지닌다. 반면 유전적으로 다양성을 잃기 쉬워 급격한 환경변화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 그런데 아라비카종은 타가수분에 적합한 유형의 꽃을 지니면서도 자가수분이 가능한 이색적인 존재이다. 이 특징은 커피 재배가 전 세계로 확산되는 상황에도 영향을 끼쳤다. (37)

커피나무 (출처: flickr)

커피나무에서 카페인을 가장 많이 함유한 곳은 생두, 즉 종자이다. 사실 카페인은 다른 식물의 생육을 저해하는 작용을 해서, 지면에 떨어진 종자에서 카페인이 녹아내려 주변으로 퍼지면 주변 식물들의 성장을 억제한다. (...) 커피나무와 차나무의 새잎에 카페인이 다량 함유된 것을 놓고 일각에서는 아직 부드러운 새잎을 외부의 적으로부터 지키기 위함이라고도 본다. (49)

커피나무의 카페인의 역할을 보면 소나무에서 솔잎의 역할과 비슷한 것 같다. 

 

이는 한 해 동안 얼마만큼 측지가 자라나서 새로운 마디를 만드느냐에 따라 수확량이 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커피 생산량 변동과 밀접하게 연관되는 셈이다. 어느 해에 대량의 꽃이 피면 많은 양분이 열매의 생장에 쓰이기 때문에 그해에 가지의 생장은 억제된다. 그 결과 이듬해에는 열매가 많이 열리지 못해 수확량이 감소하지만, 그만큼 남은 영양분이 새로운 가지로 보내져 이듬해에는 다시금 수확량이 증가하는 식이다. 이 때문에 커피 농사는 풍작과 흉작을 번갈아 반복하는 '격년성'을 띤다. (51)

커피나무에서 수확량이 적다고 실망할 일이 아니라 다음 해의 풍작을 기대할 수 있다는 사실이 독특하다. 

19세기 전반, 커피 생산에 뒤늦게 합류한 곳이 인도와 스리랑카(세이론)였다. 하지만 생산에 궤도에 오르자마자 최대의 위협이 닥쳤다. 1867년 '커피 녹병'이라는 새로운 병해가 스리랑카에서 발생한 것이다. 이 병에 걸리면 이름처럼 잎의 뒷면에 '붉은 녹'이 슨 듯 반점이 생긴다. 붉은 녹은 나무 전체에 퍼져 말려죽일 뿐 아니라 나무 간에 빠르게 전염되었다. (75)

이후 한동안 스리랑카는 커피 재배를 단념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그러던 1890년, 방치돼 황폐해진 커피농원을 방문한 토마스 립튼 경이 홍차를 재배해보자고 제안해 스리랑카가 홍차 산지로 거듭난 것은 유명한 이야기다. (76)

1867년에 스리랑카의 커피 농작을 휩쓴 커피 녹병이 결과적으로 스리랑카가 홍차로 유명해진 계기가 되었다. 많은 점을 시사해 준다. 

와인과 달리 커피는 컵 안에 담긴 액체 온도가 체온보다 높기 때문에 이미 비선향이 강하며, 구중향과의 차이도 크지 않은 듯하다. 차가운 커피의 경우에도 통상적으로 끓인 물로 추출한 후 식혀서 마시기 때문에 큰 차이가 없지만, 저온 상태로 추출하는 '워터 드립(더치 드립)'은 입 안에 머금었을 때 함향이 좀 더 강하게 퍼지는 것이 느껴진다. (123)

커피는 카페인, 담배는 니코틴, 술은 에탄올이 각각 약리활성을 담당하는 성분이다. 이들 성분은 모두 A10신경계에 정보를 전달하는 '쾌락물질' 도파민의 활동을 촉진하지만 작용 메커니즘은 서로 다르다. (125)

생두 (출처: peakpx)

'좋은 커피'는 '결점두를 제거한 양질의 생두를 적절히 배전해, 신선한 상태에서 바르게 추출한 커피'라고 정의할 수 있다. 반면 '맛있는 커피'는 사람마다 다르므로 명확히 정의할 수 없다. '좋은 커피'라 할지라도 실제로 마시는 사람의 기호에 따라 반드시 '맛있는 커피'가 된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나쁜 커피'는 반드시 '맛없는 커피'가 된다. (127)

좋은 커피와 맛있는 커피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에 공감한다. 나쁜 커피를 피해야 하는 이유도 명백하다. 맛이 없기 때문이다. 

 

당류나 아미노산 가열물은 커피와 다른 이질적인 쓴맛이었고, 카페산 가열물은 에스프레소에 이용되는 강배전 커피와 유사한 쓴맛과 떫은맛이 났다. 나아가 그들은 클로로겐산과 카페산 가열물에서 각각 '클로로겐산 락톤류(이하 CQL)'와 '비닐카테콜 오리고마(이하 VCO)'라는, 두 개의 새로운 쓴맛 물질 그룹을 발견했다. (...) 이들은 배전에 의해 생성되는 물질로 CQL이 먼저 증가하다 중배전 피크가 되면 감소하고, 이와 교체하듯이 VCO가 증가하는 걸로 나타났다. (133)

마트에서 원두를 구매할 때 배전 정도를 보지 않고 샀다가 강배전을 한 원두라서 취향에 맞지 않아 고생했던 기억이 있다. VCO 성분이 많아서 그랬던 거였다. 

한편 커피 생두는 리그닌은 적지만 폴리페놀인 클로로겐산을 많이 함유한다. 원두를 배전할 때 콩 내부는 연소하면서 산소가 소비되고, 강배전으로 진행되면 산결 상태로 변한다. 그 과정에서 클로로겐산이 열분해되어 페놀류를 만들어낸다. (148)

배전 (출처: Wikimedia Commons)

확실한 건 모카의 고향인 예멘도, 에티오피아도 건식 정제가 주류를 이룬다. 그러나 같은 건식임에도 브라질의 커피에서는 모카향이 나지 않는다. (158)

모카의 고향이 예멘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라비아 반도 끝단에 위치한 예멘의 항구 중에 모카항이 있다. 아프리카 대륙의 에티오피아를 마주 보고 있는 위치다. 그래서 예멘의 커피를 모카커피라고 칭했다. 모카향을 좋아한다.

예멘 모카항 (출처: 구글맵)

쓴맛과 산미, 각종 향기... 이들의 원천 성분을 소개했지만, 사실 그 성분 대부분은 생두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바로 '배전'이다. 커피 향미도 색도 배전 없이는 결코 나오지 않는다. 게다가 향미의 품질을 절대적으로 좌우하기 때문에 대다수 프로들은 배전을 '가장 중요한 공정'으로 꼽는다. (167)

약배전에서 강배전까지, 자신이 원하는 배전 단계에서 멈춘다. 수망을 불에서 완전 분리해 부채질을 해준다. 가급적이면 빨리 식히는 게 좋다. 그대로 방치하면 육안으로는 알 수 없지만 뜨거운 여열로 콩 중심부가 배전이 진행돼 타버리는 수도 있다. 이렇게 해서 '홈 로스팅 커피'가 완성되었다. (171)

여러 생산지의 콩을 같은 정도로 배전했을 때보다 동일 생산지의 콩을 각각 다른 단계로 배전했을 때 향미의 다양성이 훨씬 더 증가한 것이다. (174)

커피콩의 생산지보다도 배전을 얼마나 하느냐에 따라 커피의 향미가 더욱 다양해진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1차 크렉이 지나고 2차 크렉이 활발한 시점에는 콩 표면에 유지분이 스며나와 번들거리는 광택이 감돌기 시작한다. 세포벽 일부가 무너지거나 구워지고 타버려서 세포 내의 유지분이 쉽게 표면으로 배어 나오는 것이다. 이 부근이 '프렌치 로스트'라 불리는 강배전이다. (188)

침지 추출 (출처: freerangestock)

역설적인 표현이지만 '가장 좋은 보관법'이란 '가능한 장기간 보관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냉장, 냉동 보관이 열화를 늦추는 방편이기는 하되, 완전한 방지는 불가능하다. 어쩔 수 없이 장기간 보관해야 할 때를 빼고는, 평소 소량씩 구매해서 신선도가 높을 때 즐기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197~198)

이 '녹아 굳은' 것은 커피의 색과 향미 성분이 유지분 등과 섞인 것으로, 추출 시 여기에 뜨거운 물이 닿으면 성분이 다시 녹아나온다. 콩을 분쇄하면 추출하기 쉽지만 향의 비산 및 성분 산화가 가속돼 원두 상태일 때보다 5~10배 빠르게 열화가 진행된다. 따라서 추출 직전에 콩을 분쇄하는 것이 '커피를 맛있게 내릴 수 있는 방법' 중에서도, 철칙 중의 철칙이다. (219~220)

투과 추출 (출처: fluxmagazine)

커피 추출법은 여러 종류가 있지만 기본 원리로 구분하면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분쇄된 커피가루를 물에 넣어 우려내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커피가루로 층을 만들어 여기에 물을 통과시키는 방법이다. 전자는 '침지 추출'이라고 불리며 (...). 한편 후자는 '투과 추출'이라고 불리며 드립식이나 에스프레소, 더치커피 등이 여기에 속한다. 또한 홍차는 전형적인 침지식 추출이다. (221~222)

커피 크레마 (출처: flickr)

분쇄된 커피는 다공질로, 틈 내부는 배전할 때 생성되는 이산화탄소를 주성분으로 하는 가스로 채워져 있다. 세포벽 표면의 '끈끈한 물질'에도 배전 중 세포 내 높은 압력에 의해 생성된 가스가 대량으로 녹아 들어간다. 추출을 시작하면 여기서 발생한 탄산가스가 모여 수중에 기포를 형성하고, 이것이 액면을 향해 떠오른다. (235)

1948년에 가찌아사가 개발한 '피스톤 레버식'이 등장하면서 10 기압에 이르는 고압 추출이 가능해졌다. (...) 이 고압 추출에 의해 표면을 크레마가 덮는 현재의 에스프레소가 완성되는 것이다. (252~253)

(출처: flickr)

'더치(네덜란드) 커피'라고 부르지만 막상 네덜란드인에게 물어보면 본 적이 없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더치커피는 교토에서 만들어진 추출법이다. 이름에 있는 '더치'는 네덜란드령 동인도에서 유래한다. 세계대전 이전 인도네시아의 음용 방법에서 힌트를 얻어 교토의 사이폰 커피로 유명한 '하나후사' 주인이 만든 추출법이다. (260)


독서습관 873_커피 과학_탄베 유키히로_2018_황소자리(240414)


■ 저자: 탄베 유키히로

1969년 나가사키 현에서 태어났다. 교토대학교 대학원 약학연구과 수료 후 박사과정 재학 중 시가의과대학 조교로 발탁돼 그곳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시가의과대에서 암에 관한 유전자학 및 미생물학을 가르치고 있다. 

대학교 1학년 때 처음 핸드드립 커피의 세게에 입문한 이후 커피에 대한 논문을 닥치는 대로 구해 읽고 온갖 실험을 할 정도로 '커피 오타쿠'가 된 그는 일본 인터넷 여명기에 커피 관련 사이트인 '백커완'을 개설해 큰 인기를 끌었다. 

탄탄하게 축적한 독보적 과학 지식과 커피에 관한 무한 애정을 바탕으로 자가배전 카페와 기업 등에서 커피의 향미와 건강에 관한 세미나 및 강연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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