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8]젊은 베르테르의 슬픔_로테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좌절한 베르테르의 죽음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학창 시절부터 수없이 많이 들어봤지만 직접 읽어보진 않았다.
아이들이 모두 성인이 된 뒤에 읽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불같은 사랑의 감정이 '그랬었지' 정도로 다가온다.
이 책을 청소년기나 대학 시절에 읽었다면, 사랑의 열병으로 어쩔 줄을 모를 때 읽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베르테르의 행동 하나하나가 공감이 되었겠다.
로테와 만나는 자체가 행복하다
로테와 만날 거라는 기대만으로도 설레인다.
로테가 만졌던 물건만 보더라도 날아갈 듯하다.
로테와 만날 수 없는 날은 괴롭다.
로테가 다른 연인과 약혼했다는 사실은 절망이다.
로테의 남편이 자주 오지 않는 편이 좋겠다고 말했을 때 삶의 가치를 잃어버린다.
삶에 대한 의지를 잃어버린 상태에서 생각은 오로지 죽음으로 치닫는다.
이 책의 결말이 어떻게 마무리될까 궁금했다.
베르테르가 자살하고 나면 로테도 따라가는 걸까.
하지만 소설은 베르테르의 자살로 갑작스럽게 끝난다.
청춘의 사랑은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어 일관된다.
괴테가 25세인 1774년에 출간된 이 책은 아직까지 필독서로 공유되고 있다.
다만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으로 자살을 선택한다는 내용이라 우려된다.
책이 출간된 이후 사랑에 절망한 젊은이들이 베르테르와 같은 선택을 했다.
사랑을 체험하되 인생의 과정임을 인식하고 그 이상을 보면 좋겠다.
2018년부터 독서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좋은 책은 많이 인용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책도 역시 다른 책에서 다양한 이유로 인용되었다.
첫째,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에서는 베르테르의 자살에 대해 언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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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3]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_대한민국의 불편한 진실을 보는 책
김누리 교수의 유튜브 강의를 통해 한국 교육의 문제점을 독일과 비교한 것을 듣고 많이 공감했었다. 마침 김 교수의 책을 고등학생인 딸이 가지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읽었다. 기존에 강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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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어른이라는 진지한 농담』에서는 지식인층과 궁정사회가 엄격히 분리된 독일 사회에 대해 언급하면서 베르테르가 한 말을 인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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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5]어른이라는 진지한 농담_품격 있는 어른이 되기 위한 책
이란 책 제목만 보고 '어른답게 산다는 것이 무엇이다'라는 좋은 말 모음집 정도로 생각했다. 회사에서 소개된 책이라서 가볍게 읽어야지 하고 페이지를 열었다. 흥미로운 점은 책날개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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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책에서 남기고 싶은 문장을 몇 개 인용했다.
사람들은 대개 오로지 생계를 위해서 대부분의 시간을 소비하다가 약간 남아도는 자유 시간이라도 생기면, 도리어 마음이 불안해져서 거기서 벗어나려고 온갖 수단을 다 쓴단 말이다. 아아, 이것도 인간의 운명이라고 할 것인가! (17)
행복하고 태연스러운 마음으로 삶의 테두리 안에서 살아가는 동안, 그들은 하루하루를 그럭저럭 참고 견디며 나뭇잎이 떨어지는 것을 보면 겨울이 찾아왔다는 사실밖에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다. (30)
불행한 일이다! 빌헬름! 나의 활동력은 방향을 바꾸어 불안한 게으름으로 변하고 말았다. 멍청하니 하릴없이 지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어떤 일이 손에 잡히지도 않는다. 내게는 공상도 없어졌고 자연을 감상하는 정서도 사라졌으니, 이제 책은 보기만 해도 구역질이 일어난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잃는다는 것은, 모든 것을 잃는 거나 마찬가지다. (115)
나는 그녀 옆에 두 시간 세 시간 앉아 있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그녀의 자태와 거동, 품위 있는 말투에 도취되어 차츰 내 모든 감각이 긴장하고 눈앞이 캄캄해지고 귀까지 거의 들리지 않게 되어, 마치 암살자에게 목이 졸리는 듯 숨이 막히고, 급기야 심장이 거칠게 뛰며, 답답해지는 가슴을 풀어 숨을 돌리려 하면 할수록 감각은 더 혼란스러워질 뿐이다. (119)
알베르트는 그녀가 마음속에 품고 있는 은근한 소원을 남김없이 풀어줄 만한 그런 인물은 아니다. 감수성에 일종의 결함이 있지. 결함이라, 그 해석은 자네의 자유지만, 똑같은 느낌으로 가슴이 뛰는 그런 마음의 공감이라는 것이 알베르트에게는 없단 말이다. 함께 좋아하는 책을 읽으면서 내 마음과 로테의 마음이 하나로 마주칠 그런 대목에서도, 그 밖에 수많은 여러 사건에서 제삼자의 어떤 행위에 우리가 감동하여 탄성을 지르지 않을 수 없는 경우에도, 그는 동요하지 않았다. 사랑하는 빌헬름, 그럼에도 그는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 그만한 사랑이면 어떤 보답인들 못 받을까! (171)
이제 내가 떠나려고 나왔을 때, 그녀는 내게 손을 내밀고 악수를 청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안녕히 가세요, 사랑하는 베르테르!" 사랑하는 베르테르! 그녀가 나보고 '사랑한다'는 말을 붙여서 부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고 그 말이 나의 골수에 사무쳤다. (199)
당신은 자신을 속이고 자진해서 스스로를 파멸로 이끌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시나요? 하필이면 무엇 때문에 저를, 베르테르! 다른 사람의 소유인 저를? 저는 두렵습니다. 저를 소유할 수 없다는 바로 그 점이 당신에게 그런 욕망을 자극하는 것이 아닌가 해서 더욱 두려워지는 거예요. (233)
권총은 당신의 손을 거쳐서 왔습니다. 당신이 권총의 먼지를 털어주셨다고요. 당신이 직접 손을 대고 만졌던 권총이기에 나는 천 번이나 그것에다 키스를 했답니다. 그대, 하늘의 정령이시여! 당신은 나의 결심을 확고하게 해줍니다. 로테! 당신이 내게 무기를 내주었습니다. 나는 당신 손에서 죽음을 받기가 소원이었는데, 아아, 이제 이렇게 받게 되었습니다. (276)
독서습관1047_젊은 베르테르의 슬픔_괴테_2012_민음사(25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