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5]용의자 X의 헌신_수학 천재 이시가미가 살아갈 의미를 준 하나오카 모녀
히가시노 게이고의 『용의자 X의 헌신』은 마지막의 극적인 반전이 가슴을 울컥하게 만드는 추리소설이다.
'밀리의 서재' 유튜브 콘텐츠를 통해 이 소설을 만났다.
토요일 오전에 여유 있게 첫 페이지를 펼쳤는데, 중간에 멈출 수가 없었다.
야스코와 마사토 모녀를 찾아온 도가시의 행패!
옆집 수학교사인 이시가미의 도움!
경찰인 구사나기, 물리학 조교수인 유가와, 수학교사인 이시가미는 모두 대학 동창!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유가와와 이시가미의 머리싸움!
수학밖에 모르는 외로운 천재 교사 이시가미에게 찾아온 희망!
희망을 위해 자신을 던지는 희생!
두려움에 떨다 결국에는 진실을 알아버린 야스코!
독자에게 마지막까지 진실을 보여주지 않는 추리소설의 매력이 마지막에 작은 감동으로 다가온다.
이전에 읽었던 나카야마 시치리의 『잘 자요 라흐마니노프』나 황정은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보다 몰입도나 감동이 앞선다.
추리소설 마니아라면 강추한다.
https://bandiburi-life.tistory.com/2003
[762]잘 자요 라흐마니노프_곡에 대한 소개와 오케스트라를 준비하는 과정을 담은 추리소설
대학교 1학년에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을 처음 만났다. 좋아해서 들은 것이 아니라 들리니까 들었다. 하지만 그 당시의 분위기와 음악은 평생 각인되어 음악은 과거를 소환한다. 어느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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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andiburi-life.tistory.com/2741
[1012]그리고 아무도 없었다_황정은의 한국 추리 단편소설 네 편
블로그와 글을 올리며 독서여행을 시작한 지 7년 차가 되었다. 돌아보면 추리소설은 거의 읽지 않았다. 『다빈치코드』를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작가 황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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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에 인용한 문장은 책의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진실의 문이 열리는 순간이다.
(아래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논리적인 사고만으로 수학 천재로 불렸던 이시가미도 인간적으로 외로운 존재였다.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은 사회 속에서 서로 교류하며 살아갈 때 의미가 있다.
서로의 기쁨과 고통을 함께 할 수 있는 누군가가 옆에 있을 때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이시가미가 왜 그렇게 하나오카 모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지 알 수 있다.
모녀를 통해 이시가미는 삶을 살 의미를 찾았다.
그들의 행복이 자신의 보람이었다.
그래서 그는 끝까지 그들을 지키려 했다.
그 바람이 무너졌을 때 그는 짐승처럼 울부짖었다.
물론 그런 생각을 갖기까지는 이시가미도 시간이 필요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살아갈 의미를 잃고 있었다. 수학밖에 모르는 자신이 그 길을 가지 않는다면 더는 존재 가치가 없지 않을까 싶었다. 매일 죽음만 생각했다. 자신이 죽는다한들 누구 한 사람 슬퍼하지 않고 곤란에 빠지지도 않으며 심지어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조차 모를 것 같았다.
1년 전의 일이다. 이시가미는 방에서 로프 한 가닥을 들고 서 있었다. (...) 받침대에 올라가 목을 로프에 거는 순간 현관 벨이 울렸다. 운명의 벨이었다. (...) 이웃에 이사 왔다며 엄마로 보이는 여자가 인사했다. 딸도 함께 고개를 숙였다. 두 사람을 본 순간 무언가가 이시가미의 몸을 관통했다. 모녀가 어쩌면 이렇게 예쁜 눈을 가졌을까. 그때까지 그는 아름다운 것에 눈길을 빼앗기거나 감동해 본 적이 없었다. 예술의 의미조차 몰랐다. 그러나 그 순간 모든 것을 이해했다. 그것은 수학 문제가 풀릴 때 느끼는 아름다움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았다. (...)
하나오카 모녀를 만난 후로 이시가미의 생활은 백팔십도 달라졌다. 자살하고 싶다는 마음이 사라지고 삶의 기쁨을 얻었다. 두 사람이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세계라는 좌표에 야스코와 마사토라는 두 개의 점이 존재한다. 그에게는 그것이 기적처럼 여겨졌다. (436~437)
"저희만 행복해지는 일은 있을 수 없어요. 저도 대가를 치르겠습니다. 벌을 받겠어요. 이시가미 씨와 함께 벌을 받겠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뿐입니다. 당신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그것뿐이에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야스코가 양손으로 바닥을 짚고 머리를 바닥에 댔다. 이시가미는 고개를 저으며 뒤로 물러섰다.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다음 순간 그가 뒤로 돌아서더니 두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우우우우우, 짐승이 포효하듯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 (446~447)
독서습관1045_용의자 X의 헌신_히가시노 케이고_2017_재인(250426)
■ 저자: 히가시노 게이고
오늘의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 1958년 오사카에서 태어났다. 오사카 부립대학 전기 공학과를 졸업한 후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이 소설을 쓰기 시작해 마침내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1985년 『방과후』로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해 1999년 『비밀』로 일본 추리 작가 협회상을, 2006년에는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제3탄 『용의자 X의 헌신』으로 제134회 나오키상과 본격 미스터리 대상을 수상했다.
2012년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으로 중앙공론 문예상을, 2013년 『몽환화』로 시바타 렌자부로상을 수상했으며, 2014년에는 『기도의 막이 내릴 때』로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