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은 유튜브 '알릴레오 북스'에서 소개된 책이다. 토론자들이 책의 내용이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고, 저자가 인용자료를 자신의 주장에 맞는 부분만 발췌해서 사용했다는 지적에 어떤 책일까 읽어보고 싶었다.
책 표지에 '<침묵의 봄> 이래로 가장 탁월한 업적!'이라고 적혀 있는데 책을 모두 읽고 나니 저자의 자기주장을 기록한 책이라는 소감이다. 객관적인 자료인 것처럼 포장은 했지만 그 인용된 자료들이 실제로 객관적으로 작성된 것일까라는 의문이 드는 부분이 많았다. 몇 가지를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다.
첫째, 원자력 발전에 대한 긍정 일변도의 태도에 의문이 든다. 심지어 후쿠시마 원전 사태에 대해서도 자연 방사능 수준이라고 하고 큰 피해가 없었다고 한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에서 일어난 사고로 인해 직접적으로 피해를 본 사람들을 조사해 보지 않은 듯하다. 그리고 그 사고로 인해 버려진 땅의 면적과 여전히 방사능이 검출되는 곳에 사람이 언제 다시 살 수 있을까. 저자 자신이 후쿠시마 사고 근방의 버려진 마을에서 살아야 한다면 자연 방사능 수준이라고 무료라고 좋아하며 살 수 있을까. 아닐 것이다. 책의 후반부는 원전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들의 입장을 비판하고 원전이 왜 친환경적인지 지속적으로 주장하는데 공감되지 않았다. 심지어 책의 가치를 훼손한다는 부분이다.
둘째, 공장식 축산을 버리고 방목형으로 가는 것은 도리어 더 많은 목초지를 필요로 하므로 환경을 파괴하는 것이라는 태도에 반대한다. <미친 농부의 순전한 기쁨> 저자 조엘 셀러틴이 직접 체험하고 농장을 운영하고 있듯이 자연순환적인 목장 운영을 통해 기계를 최소로 사용하고 자연을 있는 그대로 활용하면서 농업과 축산을 동시에 운영할 수 있다. 그러면 공장식 축산으로 폐기물에 대한 오염 문제, 동물 인권에 대한 문제, 과도한 항생제 남용에 대한 문제 등을 해소할 수 있다. 이런 친환경 농축산에 대한 기술이 낙후된 나라에 현지형으로 적용된다면 자립에 도움이 될 것이다.
셋째, 고기에 있는 성장 호르몬이 아니라 지방이 적은 것을 걱정해야 한다는 육식주의를 조장하는 태도에 반대한다. 저자는 과거 채식주의자였다. 고기가 건강에 나쁘지 않다는 자료를 인용한다. 하지만 책 <지방이 범인>에서 콜두웰 에셀스틴이 육식으로 인해 죽음만을 앞에 둔 사람들에게 직접 채식단을 적용해서 건강을 회복한 사례를 보여줬다. 하지만 반대로 육식을 고집한 사람은 고혈압, 고지혈 등을 피해 갈 수 없었다. 그래서 육식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에 깊이 공감했다. 그런데 저자는 육식을 하지 않는 것이 환경을 살리는 방법이란 것을 비판한다. 건강을 위해 육식이 필요하고 환경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으니 열심히 고기를 소비하세요라는 의미다.
이런 몇 가지 저자의 주장을 들여다보면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많은 나라가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실행 로드맵을 제시하는 시대정신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뭔가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있어서 일반 대중의 생각을 바로잡아 주는 내용도 아니다. 마치 원전 및 공장식 축산 관련 산업의 후원을 받아서 지은 책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이 책은 잘못된 부분을 찾아봐야지라는 비판적인 생각을 가지고 읽어보면 좋겠다.
아래는 책에서 남기고 싶은 부분을 안용했다.
브라질은 인구 중 4분의 1이 빈곤에 허덕이는 나라다. 내가 콩고에서 만난 여성 베르나데테와 다를 바 없는 가난 속에서 산다. 그런 사람들의 고통을 유럽과 북아메리카의 환경주의자들은 간과하거나, 때로는 아예 무시해 버리는 것이다. (98)
"부자 나라들은 아주 고상하고 그럴싸한 조약을 들이밀며 아마존 삼림 파괴를 막자고 웅변을 늘어놓는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자기네 나라에서는 모든 숲을 몽땅 파괴하지 않았던가." 룰라 대통령의 2007년 연설 중 일부다.(109)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값싼 전기와 LPG를 공급하기 위해, 또 유럽연합과 미국 자선 사업가의 원조금에 의존하지 않기 위해, 콩고는 치안과 평화 그리고 무엇보다 산업화를 이루어야 한다. 수많은 나라가 과거에 그런 방식으로 가난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188)
사회가 점점 더 풍요로워짐에 따라 고래를 대체할 수 있는 소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고 그 수요가 고래를 살렸다. 사람들이 고래를 살린 것은 더는 고래를 물건의 재료로 원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더 풍부하고, 저렴하고, 질적으로 우수한 대안을 찾았으니 말이다. (241)
석탄 발전소의 건설과 운영 비용은 공해 규제 때문에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에너지 전환이 이루어지는 진정한 이유는 더 에너지 밀도가 높고 풍부하고 저렴한 대안이 출현했기 때문이다. (중략) 사회가, 특히 상류 계급이 새로운 기술과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253)
공장식 축산을 버리고 동물을 자유롭게 풀어 놓는 방목형 축산으로 이행하고자 한다면 훨씬 더 넓은 땅이 필요하다. 결과적으로 마운틴고릴라와 노란눈펭귄 같은 위기에 빠진 야생 동물의 서식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272)
하지만 미국식품의약국이나 세계 보건기구, 유엔 식량농업기구 등은 모두 입을 모아 현재 생산되고 있는 고기는 인체에 해롭지 않다고 말한다. 근거에 기반해 세상을 보자. 우리는 고기에 들어 있을지 모르는 성장 호르몬이 아니라 고기에 지방이 부족하다는 것을 걱정해야 한다. (291)
사고 발생 이후에도 후쿠시마는 방사능 청정 지역이다. 미국 콜로라도 평원의 자연 방사선량보다 방사선량이 낮다. (중략) 후쿠시마에서 원전 사고로 인한 방사선에 가장 크게 노출된 지역 사람들조차 방사능에 건강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사고 발생 후 3년간 거의 8000여 명의 주민을 대상으로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그렇다. (343)
"트리아지 triage'라는 의학 용어가 있다. 병원에 도착하는 환자를 증세의 심각도와 회복 가능성 등에 따라 분류하는 체계다. (474)
원자력은 무한대의 비료, 담수, 식량보다 더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었다. 그 모든 것을 공해 물질 배출 없이 얻을 수 있다는, 다시 말해 환경에 미치는 부담을 혁신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러니 원자력은 멜서스주의자들에게 또는 에너지와 비료와 식량이 제한되어 있다고 주장하고 싶은 이들에게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었다. (478~489)
이처럼 북극곰에 관한 정보는 오류투성이다. 이는 기후 변화와 관련해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가 과학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알려 준다. (501)
"맞아요!" 나는 그가 '메멘토 모리'를 언급하자 뭔가 딱 들어맞는 기분을 느꼈다. 라틴어로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을 지닌 격언이다. 자신이 언젠가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임을 상기함으로써 삶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라는 뜻이다. (547)
■ 저자 : 마이클 셸런버거 Michael Shellenberger
환경 연구와 정책 단체 '환경진보'의 설립자 겸 대표다. 환경 연구소 '브레이크스루연구소'의 공동 설립자 겸 대표, MIT의 '퓨처 오브 뉴클리어 에너지' 태스크 포스의 고문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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