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습관

[1003]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_과학자 타이탄 달 대학 배움이란

bandiburi 2025. 2. 2. 18:07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는 과학과 공학이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세상에서 과학자이면서 엄마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재미있는 책이다. 

저자는 얼떨결에 천문학 대학원생들을 돕다보니 석사를 거쳐 박사과정을 마치게 되었다. 그리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연구과제를 따내지 못하면 수입이 끊기는 아슬아슬한 삶을 살고 있다. 연구가 재미있어서 밤늦게까지 모니터를 들여다보기도 했다. 천문대에서 망원경으로 깜깜한 하늘을 보며 직접 관측을 하는 기회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우주에 쏘아 올린 망원경에서 보내오는 선명한 사진을 이용해서 분석하고 있다. 

자신이 과학자가 되어 살아온 삶을 되돌아보며 독자들이 마치 옆에서 듣는 것처럼 재미있게 이야기한다. 좋은 글을 잘 읽힌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 저자의 글은 좋은 글로 읽기 쉽다. 

천문학자는 어떤 연구를 하며 어떻게 먹고 사는지 궁금한 사람들이라면 필독이다. 안타까운 점은 저자가 하는 연구를 하는 사람이 국내에서 손가락에 꼽힌다는 우리 과학계의 현실이다.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이스라엘 등은 훨씬 앞서 있는데 체계적인 계획과 지속적인 연구개발 지원이 필요하다. 현재의 당리당략에 따라 미래를 위한 자원을 끌어쓰는 잘못을 범해서는 안 되겠다. 

저자는 대학의 역할에 대해서도 언급하는데 많이 공감되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무조건 대학을 진학하는 관행이 사라져야 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직업을 가져도 자신의 실력으로 경제적 부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 학문을 더 깊이 하고 싶은 사람들이 대학을 가고 자신의 분야에 대해 주도적으로 방향을 설정하고 연구하고 성과를 내고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 과학자로서 제자들을 가르치며 형성된 저자의 교육관이라 생각된다. 

아래는 책에서 남기고 싶은 문장과 짧은 소감이다.


남들이 보기엔 저게 대체 뭘까 싶은 것에 즐겁게 몰두하는 사람들. 남에게 해를 끼치거나 정치적 싸움을 만들어내지도 않을, 대단한 명예나 부가 따라오는 것도 아니요, 텔레비젼이나 휴대전화처럼 보편적인 삶의 방식을 바꿔놓을 영향력을 지닌 것도 아닌 그런 일에 열정을 바치는 사람들. 신호가 도달하는 데만 수백 년 걸릴 곳에 하염없이 전파를 흘려보내며 온 우주에 과연 '우리뿐인가'를 깊이 생각하는 무해한 사람들. 나는 그런 사람들을 동경한다. 그리고 그들이 동경하는 하늘을, 자연을, 우주를 함께 동경한다. (13)

자신의 연구 분야에 삶을 바치는 과학자들의 모습이다. 과학자이자 저자인 심채경이 동경하는 사람들이다. 나 역시도 그런 과학자들을 존경한다. 돈이 우상이 되어 자신의 관심사보다 돈을 위해 의대를 선호하는 시대다. 공학과 자연과학을 전공하며 세상에 기여한 사례들이 보이지 않는 시대다. 이보다는 부동산이나 코인으로 돈을 벌었다는 뉴스가 더 많은 시대다. 이런 시대에 우리의 마음을 과학으로 향하게 하는 책이다. 

유니버스 (출처: dmy.info)

우리가 은하니 성단이니 얘기할 때 사용하는 '우주'는 '유니버스'. 별과 먼지와 행성과 우리 생명체를 포함한 모든 것이 존재하는 시간과 공간과 상황과 환경이다. (...) 유니버스는 우리에게 주어진 자연 그 자체로서의 우주다. (...) '코스모스'는 질서와 조화의 측면에서 바라보는 우주다. 우주에 존재하는 그 모든 것에는 질서와 조화가 있다. 그렇지 않다면 모든 것이 뒤죽박죽되어버릴 텐데. (...) '스페이스'는 '공간'으로서의 우주다. 특히, 인류가 인공위성이나 우주선과 같은 인공물체를 보내 탐사하는 공간을 칭한다. (40~41)

평소에 큰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사용하는 비슷한 용어들이다. 유니버스, 코스모스, 스페이스에 대한 짧지만 명확한 설명이 유익했다. 

조선왕조실록 중 일부 (출처: 국사편찬위원회)

국사편찬위원회의 한국사 데이터베이스에는 『조선왕조실록』을 위시하여 수많은 사료가 인터넷으로 무상 제공되고 있다. 본래의 기록은 한자로 된 것이지만 아주 많은 부분이 우리말로 번역되어 있다. (50)

『조선왕조실록』은 왠지 어렵게 느껴진다. 더구나 당시의 한자어로 되어 있어 더욱 멀어 보인다. 하지만 국사편찬위원회에서 만든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하면 우리말로 번역된 실록을 접할 수 있다. 직접 들어가 봤다. 중종 9년 즉, 1514년에 대사간 최숙생이 올린 상소에 대한 내용이었다. 한자와 한자어가 여전히 남아 있지만 대략적인 내용은 유추할 수 있다. 과학에 대한 책에서 역사에 대한 유익한 정보를 얻었다. 

대학교 도서관 (출처: needpix.com)

대학이 학문하는 곳이었으면 좋겠다. 공부라는 걸 조금 더 깊이 해보고 싶은 사람, 배움의 기쁨과 앎의 괴로움을 젊음의 한 조각과 기꺼이 맞바꿀 의향이 있는 사람만이 대학에서 그런 시간을 보내며 시간과 비용을 치러야 한다. 그러려면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사회적으로 존중받고 경제적 부를 축적하며 살아갈 수 있는 사회여야 한다. 모두가 대학에 다니는 바람에 '반값 등록금'이니 '국가장학금'이니가 국가적 관심사인 사회에서는 택도 없는 일이다. (56)

대학은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 대해 더 깊은 이해를 위해 공부하려는 사람이 가야 한다. 사회적인 스펙을 쌓기 위해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당연히 가야하는 곳이 아니다. 저자가 언급한 말에 핵심이 있다. 단순히 대학을 졸업했다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들보다 더 우대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 자신의 분야에서 실력이 있다면 존중받고 경제적인 면도 차이가 적어야 한다. 그렇다면 대학에서 허송세월하며 졸업장만 받는 실력 없는 학사들이 줄어들고 사회적인 낭비도 감소한다. 

사회의 요구에 의해 다니는 것치고는 너무나 비싼 개인적 비용과 시간을 지불하고 있는 대학생들. 대학이 그들에게 '배운 것'보다 배우는 즐거움과 괴로움을, 스스로 생각하고 자신만의 의견을 갖는다는 것의 뿌듯함을 일깨워주기를 바란다. 자신을 발견하고 받아들이고 눈을 들어 앞으로 나아갈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배우는, 그 즐거움과 괴로움을. (62~63)

대학에서 박사과정까지 밟고, 학생들을 가르치며 형성된 저자의 대학에 대한 역할론이다. 깊이 공감한다. 대학에서 배우고 공부한다는 것이 무엇일까에 대한 적당한 답변이라 생각한다. 

부모 중 하나가 가사와 양육을 도맡거나 도우미를 고용하거나 조부모 등 친척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아이 하나 키워내기가 이렇게 어려운 사회. 그래, 현실이 그렇다고 백번 인정한다. 그게 현실이지만, 그게 여자들의 '문제'로 인식되는 건 슬프다. 직장에서는 그토록 프로페셔널해야 한다면서, 가정에서의 의무는 가벼이 보는 아이러니는 무엇인가. (108)

부모가 되어 자녀를 양육하는 데 온 가족이 달려들어야 한다. 맞벌이를 하며 아이를 키우기는 외벌이보다 더욱 어렵다. 그래서 남편과 아내의 일과 양육에 대한 균형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여자에게 더 많은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고 저자는 비판이다. 저출생이 사회적 문제가 된지는 오래다. 저출생의 원인 중 하나가 자녀양육이다. 주거비, 교육비와 함께 젊은이들에게 큰 부담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알면서도 대책을 만들어 실행하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 

달의 동벽 (출처: nara.getarchive.net)

이번 동·서벽 분석 결과는 태양풍 입자와 지구 자기장의 상호작용만 고려한 모델로도 설명할 수 있었다. 태양풍 외의 다른 입자들의 영향력은 미미하다는 것이 심증만 있는 상태였는데, 처음으로 물증을 제시하게 된 것이다. (140)

저자가 토성의 위성이 타이탄 연구에서 달에 대한 연구로 돌아선 뒤에 이룬 성과를 설명하는 부분이다. 태양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부분과 지구 자기장이 영향을 미친 부분은 표면의 입자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대기가 없어 운석이 충돌하여 생긴 수많은 크레이터들이 연구 대상이다. 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크레이터를 연구하는 방법에 대한 설명이 흥미롭다. 

윌리엄 허셜 1738~1822 (출처: Wikimedia Commons)

반사망원경에 푹 빠진 나머지 400여 개가 넘는 망원경을 직접 만든 윌리엄 허셜은 망원경 제작 말고도 많은 업적을 역사에 남겼다. (...) 그 망원경을 이용해 밤하늘의 별을 체계적으로 관측하기 시작했다. 눈으로 볼 때는 별 하나처럼 보이지만 망원경으로 자세히 보면 쌍성인 별들을 수백 개나 발견해 목록으로 만들었고, 토성 너머의 또다른 행성, 천왕성을 발견했다. (204)

윌리엄 허셜은 음악, 수학 및 천문학까지 재능도 많고 호기심도 많은 사람으로 보인다. 천문학에서도 자신만의 반사망원경을 만들고 천체를 관측해 천왕성까지도 발견했다. 놀랍다. 오늘날이란면 그는 IT기업의 CEO가 되지 않았을까. 이런 역사적 인물의 존재를 만난 것도 이 책에서 얻은 소득이다.  

핼리혜성 Halley's Comet (출처: flickr)

우리나라 사료에서 확인되는 가장 오래된 핼리혜성 기록은 『고려사』에서 시작한다. (214)

성종 8년(989) 9월 갑오일에 혜성彗星이 나타났다. 왕이 대사大赦를 실시하고 자기를 반성하고 행동을 조심하였으며 노약자를 원호하고 외롭고 헐벗은 사람을 구제하였으며 공훈이 많은 낡은 사람을 등용하고 효자와 절부節婦를 표창하였으며 세금 범포한 자를 용서하고 체납한 세금을 경감하였더니 혜성이 재앙으로 되지 않았다. 

과학이 발달하지 않은 고려시대에 하늘에서 일어나는 기이한 현상이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 알 수 있다. 평소보다 선정을 베풀어서 국가에 커다란 재앙이 일어나지 않도록 했다는 내용이다. 과학 일반서에서 역사에 대한 많은 점을 얻는다. 

https://bandiburi-life.tistory.com/2674

 

[989]제5도살장_드레스덴 전장에서 현재와 외계로 시공간이 교차되는 빌리의 기억

은 전쟁이 살아남은 자들에게 어떤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기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저자가 경험했던 제2차 세계대전 포로의 경험이 바탕이 되었다.주인공은 검안사 빌리다. 빌리는 전쟁에

bandiburi-life.tistory.com

 

나는 고색창연하고 을씨년스러운 동물원을 좋아한다. 동물원은 쓸쓸할 수밖에 없다. 내가 '인류원'에 들어가 있다면 그럴 것처럼. 커트 보니것의 『제5도살장』에 그런 사람이 나온다. 주인공 빌리는 외계인에게 납치되어 트랄파마도어 행성의 동물원에 갇힌다. 지구의 인간 서식처를 그대로 재현했지만 화장실만은 완전히 노출된 공간에서 알몸으로 전시된 채로 먹고, 싸고, 씻는다. 수천의 트랄팔마도어 관람객은 그의 몸을 관찰하고 그의 행동마다에 환호한다. (223)

『제5도살장』은 저자가 제2차 세계대전에서 포로가 되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다. 과거와 현재와 우주인에게 납치되는 상상이 교차되는 소설이다. 그 중에 한 장면이 트랄파마도어에서 동물원의 짐승처럼 갇혀서 관람되는 인간 빌리의 모습이다. 2024년에 읽었던 책인데 여기에서 인용되어 반가운 마음이다.

독서의 장점이 이런 점이다. 다양한 책을 읽다보면 저자가 인용하는 도서가 있다. 그 책을 이미 읽은 사람에게는 저자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위의 문장도 마찬가지다. 


독서습관 1003_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_심채경_2021_문학동네(250202)


■ 저자: 심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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