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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습관

[693]퇴사하겠습니다_회사 사회에서 돈이 없어도 행복한 라이프스타일 추구

by bandiburi 2023. 2. 12.

일본과 사회 경제적으로 많이 닮은 대한민국이다. 대한민국 직장인들에게 좋은 시사점을 주는 책 <퇴사하겠습니다>를 만났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대기업에 입사하면 성공적인 인생이 펼쳐질 것이라는 꿈을 심어주는 사회다. 그런 사회에서 수많은 젊은이들이 대학입시와 취업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붓고 있다. 그리고 소수의 인원이 대기업에 입사한다.  

저자 이나가키 에미코는 아사히신문사에서 30년 가까운 시간을 일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기업이고, 월급도 충분했다. 미혼으로 중년이 되기까지 부족함 없이 살았지만 어느 날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된다. 조직 안에서의 생활이란 월급을 받을 만큼 일하는 생활이다. 조직은 직원들에게 돈과 승진이라는 당근을 이용한다. 월급에 맞춰 사는데 편안함을 느끼며 조직이 늘 함께 할 것이라는 착각 속에서 살아가는 회사형 인간이 된다. 

그렇지만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고용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것일까요? 고용된 사람이 입 딱 다물고 불합리한 처우를 참는 것은 결국 먹고살기 위해서입니다. 다시 말해 돈 때문입니다. 물론 일에는 '보람'이 있고, 일이 '사는 보람'이라는 사람도 많을 테지요. 그러나 돈을 받지 못해도 역시 그 회사에서, 그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까? 그러니까 나는 이렇게 묻고 싶은 것입니다. 회사에서 일한다는 것은,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돈에 인생을 지배당하는 것 아닌가요? (17)

거기에 더해 인생에서 다양한 일을 겪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다보니 그 영향 때문인지 어느덧 돈이 많지 않아도 인생에 만족할 수 있는 체질이 되어버렸습니다. '돈'보다는 '자유'를 더 원하게 되었습니다. (19)


하지만 조직 생활은 인생의 한 과정이고 도구일 뿐이다. 결국은 퇴직을 해야 하며 인생 후반전을 살아가야 한다. 아무런 준비 없이 퇴직을 맞이한 사람은 조직안과 밖의 온도차에 놀랄 것이다. 

저자는 50이 되면 퇴사하겠다는 막연한 목표를 설정한다. 월급을 받으면 물건을 사지만 물건을 쌓아둘 곳도 없는 집을 바라본다. 우동으로 유명한 지방에 근무하며 그곳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본다. 그리고 자신의 삶의 방식을 현지에 맞춰 살아간다. '돈이 없어도 행복한 라이프스타일'이 가능하다는 것을 체험한다. 

하지만 돈 문제는 내게도 할 수 있는 일이 있겠다 싶었습니다. 바로 '돈이 없어도 행복한 라이프스타일의 확립'이었습니다. (41)

행복이란 게 대체 뭘까요. 우리는 매일같이 물건이나 돈이나 지위를 추구하며 허덕이고 있습니다. 그걸 손에 넣으면 행복해지리라 믿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헨로상들은 아무것도 없이 그저 몸뚱이 하나로 혼자 고통 속에 자신을 던져넣습니다. 그곳에는 아마 다른 사람에게는 말할 수 없는, 어찌해볼 수 없는 고통이 가로놓여 있었을 것입니다. 그곳에 행복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순례에 나서진 않았을 것입니다. 하다 못해 그렇게 하는 것이겠지요. 그리고 마지막에 획득한 것이 그 투명한 웃음입니다. 아니, 그건 획득한 것이 아니라, 그 사람 마음에 원래 있었던 것이겠지요.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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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이 되어 퇴사를 결심한다. 안락한 조직을 벗어나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저자의 사고방식은 회사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다.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마침내 퇴사를 결정하고 아사히신문사에서 퇴사절차를 밟으며 많은 것을 깨닫게 된다. 조직원으로 생활할 때는 휴대폰부터 연금까지 많은 것을 조직이 챙겨줬다. 하지만 이제는 스스로 하나하나 챙겨서 구매하고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조직이 해주고 있어서 무능한 인간처럼 만들어진 것이다. 

저자가 신용카드를 둘러싼 성찰을 언급한 부분에 공감한다. 한 조직이 월급을 주고 신용카드를 이용해 소비하게 하고 신용카드 회사는 그 소비 과정을 향유하고 국가는 경제규모의 성장에 만족한다. 이런 사이클을 계속해서 돌리며 회사원들의 소비를 조장한다. 불편함을 해소해준다는 인식이 결국에는 없으면 안 되는 필수품처럼 된다. 소비 중심의 사회다. 

여기까지 생각하고, 문득 깨달았습니다. 신용카드란 것이 원래 개인을 위한 서비스가 아님을. 신용카드란 원래부터가 회사와 회사의 상조 시스템입니다. 회사가 사원에게 정기적인 수입을 주고, 그 월급을 믿고 부지런히 물건을 사도록 카드회사가 빚을 백업해줍니다. 이렇게 해서 월급 이상으로 쓰는 사람이 늘고, 그 결과 국가 경제 규모가 더욱더 확대됩니다. 그 사이클 속에 있는 사람에게 주어진 권리가 바로 이 '신용카드'입니다. (129)

과거 종교학자인 야마오리 데츠오 선생님을 취재하러 간 적이 있습니다 .아마도 그때 "고대 인도 사람들은 인생을 네 단계로 나누었다"는 말을 듣고, 그것이 무척 강렬한 인상으로 남았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선생님이 말씀하신 네 단계란 '학생기', '가주기佳住期' '임주기林住期' '유행기遊行期'입니다. (...) '임주'란 다시 말해 숲에 사는 것을 뜻합니다. 출가지요. 일도  아이를 키우는 일도 일단락되면 가정을 떠나, 세속을 떠나, 아무것도 없는 숲에 들어가 삽니다. (...) 마지막 '유행기'에서는 완전히 종교적 세계로 들어가는데, 임주기는 아직 거기까지는 아닙니다. (71~72)


저자가 퇴직을 하면서 자신감을 가지는 요인으로 '인구 감소'와 '빈집 증가'를 언급했다. 한국 사회는 일본보다 빠르게 인구가 감소하고 있고 지방이 소멸하고 있다. 인구 감소는 노동인구의 부족이고 일자리를 얻어서 최소로 소비하는 라이프스타일에는 살기 좋은 환경이다. 또한 대도시에서 부동산에 큰 비용을 들일 필요 없이 지방의 빈 집을 얻어서 산다면 이 또한 저렴한 삶의 방식을 지원해 준다. 

돈과 진급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의 삶의 방식을 우선하면서 자유롭게 살아가야 한다. 결국은 조직을 떠나서 살아가야 하기에 조금씩 조직 의존도를 낮출 필요가 있다는 저자의 조언은 중요하다. 조직에서 배울 수 있는 점은 충분히 자신의 삶으로 족여내면 좋을 것이다. 그리고 조직이 전부인 것처럼 올인하지 말고 자신의 삶을 앞에 두어야 한다. 

앞으로 일본의 큰 사회 문제 중 하나가 '인구 감소'와 '빈집 증가'입니다. 이는 경제 성장을 지향하는 입장에서 보면 족쇄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무직의 뜻을 품은 자에게는 이처럼 든든한 지원군이 또 없습니다. 무엇보다 지금은 어딜 가나 일손이 부족해서 구인 광고가 넘쳐나고 벽에 붙은 걸 떼어가는 경우도 거의 없습니다. (97)

현대인은 물건을 손에 넣음으로써 풍요로움을 구하려 합니다. 그러나 거듭 말하지만 '있으면 편리한 것'들은 '없으면 불편한 것'으로 곧장 바뀌곤 합니다. 그리고 어느덧 '없으면 못 사는 것'들이 점점 늘어납니다. (106~107)

이렇게 말하는 나 역시 젊었을 땐 좋은 학교에 들어가면 좋은 회사에 들어갈 수 있어서 인생이 순탄할 것이라는 가치관을 아무런 의심 없이 믿고 살았습니다. 그걸 위해 열심히 공부했고, 취직 활동에도 온 힘을 쏟았습니다. 회사에 들어가고 나서도 나름 애썼습니다. 하지만 사소한 계기로 '회사만 인생은 아니지 않은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으니, 달리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필경, 적어도 우리 사회에서는 이단 중에서도 이단입니다. (120)


저자가 용기를 내어 '퇴사하겠습니다'라고 실천한 것처럼 우리 모두에게 용기를 내야할 시기가 온다. 퇴사가 물론 낭만이 아니다 냉철한 판단이 필요하다.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점검도 필요하다. 그래도 우리를 대신해서 먼저 결단을 내린 저자의 기록을 보며 퇴사 후의 삶의 변화도 예상해 볼 수 있다. 일본과 대한민국이 다른 점이 있을 것이다. 어쩌면 우리 사회는 일본보다 더욱 '회사 사회'인지도 모른다. 어느 나라보다 많은 자영업자 비율은 '회사 사회'의 반증일까. 나가면 생존을 위해 뭐라도 해야 한다는...

나도 이제껏 해왔던 일입니다. "악덕 기업이 날뛰고 있다"고 비판해 온 회사가, 그리고 그곳의 사원이었던 내 자신이, 사실은 악덕이었던 것입니다. 약한 타인을 먹잇감으로 삼아 나만 살아남으면 된다는 식으로 살아온. (160)

그러나 경제성장이 멈추고 물건이 팔리지 않게 되자, 가장 중요한 '자기가 하는 일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는 의미를 상실하게 됩니다. 사원들을 움직이는 동기로는 돈과 인사만 남게 되었습니다. (169)

내 제안은 아주 작은 것이라도 좋으니 자기 안에 있는 '회사 의존도'를 낮추라는 것입니다. 요약하자면 '돈'과 '인사'에 연연하지 말자는 것이죠. 예를 들어 월급이야 저마다 다르지만, 많이 받는 사람도, 적게 받는 사람도 가능한 한 월급에 전면적으로 의존하지 않는 것입니다. 부업을 하라는 게 아닙니다. 생활을 점검하고, 자기에게 정말 필요한 것들을 다시 돌아보자는 뜻입니다. 돈 들이지 않는 즐거움을 찾아보자는 뜻입니다. (172)


독서습관693_퇴사하겠습니다_이나가키 에미코_2018_북하우스(230211)


■ 저자: 이나가키 에미코

자유인. 미니멀리스트. 일본 명문 국립대인 히토츠바시 대학 사회학부를 졸업하고, 1987년 아사히신문사에 입사했다. 다카마쓰 지국, 교토 지국을 거쳐 오사카 본사 사회부 데스크 등을 역임하다, 2016년 1월, 한번 들어가면 좀체 나오지 않는다는 아사히신문사를 자신 퇴사했다. 남편 없고 의지할 자식도 없고 게다가 무직, 그러나 지금 그 어느 때보다 희망에 차 있다.

특종 한 번 못 잡은 기자라고 자조적으로 말하지만 솔직한 인품과 따뜻한 유머가 녹아 있는 글들로, 기자 시절부터 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미니멀리스트로서, 물질로부터의 자유, 욕망으로부터의 자유, 그리고 월급으로부터의 자유를 지향한다. 상쾌한 인생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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