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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습관

[427]화폐혁명_암호화폐의 배경과 장단점 그리고 한계

by bandiburi 2021. 8. 11.

<유대인 이야기>를 통해 홍익희 저자를 처음 만났다. KOTRA를 정년퇴직하신 분으로 유대인과 경제에 대한 지식의 폭이 넓고 이야기를 자연스럽고 쉽게 풀어가는 점에 놀랐다. 이번에 읽은 <화폐혁명>은 화폐에 대한 역사를 보여주고 암호화폐에 대한 기술적인 면과 현재의 모습 그리고 앞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들을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다. 

 

저자 소개란에 있는 부자가 함께 찍은 사진이 참 행복해 보인다. 아버지를 따라 해외에서 12년을 보낸 아들도 학창시절에는 어려움도 많았겠다. 하지만 지나고 보면 다양한 나라를 경험하며 세상을 넓게 보는 기회가 되었겠다. 이렇게 부자가 책을 함께 내는 것도 그런 공통의 경험에서 시작되었을 거라 추정한다. 이 책에서 암호화폐에 대한 부분은 아버지보다는 아들이 더욱 잘 알고 있는 부분이 아닐까? 정보를 모으고 정리하는데 아들이 많이 기여했을 것 같다. 

 

네안데르탈인부터 현재까지를 관통하는 세계사 가운데 화폐가 어떻게 발전해왔고 달러 패권 국가인 미국이 이를 유지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도 알 수 있다. 흥미로웠던 부분은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이 왜 미국의 미움을 사서 전쟁을 통해 제거되었는지 저자의 생각을 기록한 부분이다. 사우디와 석유 결재를 달러로만 하기로 했는데 유로화로도 하겠다고 하고 유전개발을 중국에게 주겠다고 한 것이 원인이라니 이것이 진실일 것 같다. 

 

유대인 전문가답게 곳곳에 유대인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세계의 금융을 이끌고 있는 유대인들이 암호화폐의 새로운 도전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해 저자는 기득권을 유지하려 하거나 새로운 변화에서 기득권을 확보하기 위해 암호화폐의 도전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비트코인을 포함한 암호화폐에 대한 투자 광풍이 휩쓸고 지나갔다. 중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에서 채굴에 대한 규제, 거래에 대한 규제를 통해 지금은 진정되었지만 언제든 다시 광풍은 올 것이다. 이 책은 암호화폐의 시작부터 암호화폐의 원리와 종류까지 잘 정리되어 있다. 기술적인 내용은 배제되었지만 상식선에서 알아두면 좋을 해시문자나 블록체인, 채굴의 의미에 대해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비트코인 외에 이더리움이나 리플 등에 대해서는 잘 몰랐는데 자세한 설명을 통해 이해할 수 있었다.  

앞으로 암호화폐가 우리의 일상을 어떻게 편리하게 만들까 궁금하다.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벤처기업들이 출현할 것이다. 지폐나 동전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일상화되고 있다. 이제는 스마트폰만으로도 대부분의 거래가 가능하다. 여기에 한 발 더 나아간 기술이 등장해 개인 간 거래를 편리하게 하되 국가에서 인정하고 정당하게 과세되는 단계에 이르길 기대한다. 

 

케인즈는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이 일어나지 않는 세계화폐를 만들어야 한다고 믿고, 스스로 수년 전부터 그런 화폐의 연구에 몰두했다. 그는 패권국가가 극단적인 무역수지 적자를 볼 경우, 무역분쟁은 물론 환율전쟁을 일으킬 우려가 있고 또한 이는 세계 경제를 불경기에 빠트릴 염려가 있어 이를 '예방'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마침내 그는 세계화폐 '방코르 Bancor'를 고안해냈다. (26페이지)

(출처: Bancor 홈페이지)

"미국이 경상적자를 허용하지 않아 국제 유동성 공급이 중단되면 세계 경제는 크게 위축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적자상태가 지속돼 달러화가 과잉 공급되면 달러 가치가 떨어져 준비자산으로서의 신뢰도를 잃고 고정환율제도도 붕괴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달러의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태생적 모순을 가리켜 '트리핀 딜레마'라고 부른다. (31)

 

국가의 화폐 발행권 독점 때문에 오히려 경제가 불안정해진다는 게 하이에크의 생각이었다. 그래서 화폐의 국가 관리에 반대한 것이다. 사람들은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조정하지 않으면 큰 혼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하이에크는 중앙은행이 없는 세상이야말로 바람직한 세계라고 봤다. 이런 하이에크의 생각은 최근 암호화폐를 통해 현실화되고 있다. (41)

 

'사이퍼펑크 cypherpunk'라는 말은 '암호 cipher'에 저항을 상징하는 '펑크 punk'를 붙여 만든 합성어다. 위키리크스의 최고책임자이자 대변인인 줄리언 어산지는 자신의 책 <사이퍼펑크>에서 "사이퍼펑크란 대규모 감시와 검열에 맞서 자유를 지키기 위한 방안으로 강력한 암호 기술을 활용하는 사람을 말한다"고 정의했다. (44~45)

(출처: Flickr)

사이버펑크 운동이 일어난 시대적 상황을 보자. 1980년대 초 레이건 정권은 경제를 시장의 효율에 맡기자는 신자유주의로 세계질서를 재편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레이건 정권이 실시한 부자감세정책은 소득불평등을 심화시켜 심각한 부의 편중을 불러왔다. 신자유주의는 정부가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완전고용을 이루고 부자증세로 소득불평등을 보완함으로써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케인즈 이론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대신 자유시장과 규제완화, 자유무역, 외환시장 개방을 밀어붙였다. (중략) 사이퍼펑크 활동은 통제와 권력의 상징이자 다국적 기업과 손잡은 정부의 역할 또는 행위에 대한 거부감으로 이어진다. (45)

 

그 뒤 차움은 세계 최초로 암호학이 적용된 익명성 디지털 화폐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1990년에는 자신이 그동안 개발한 기술을 암호화폐 거래에 적용하기 위해 동료 암호학자들과 네덜란드에 '디지캐시'라는 회사를 창업했다. (54)

 

1998년 버나드 본 놋하우스Bernard von NotHaus는 인플레이션이 존재하지 않는 화폐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금화와 은화를 주조해 '자유달러'라는 것을 만들었다. 이것이 암호화폐와 다른 점은 온라인상에 존재하는 가상화폐가 아니라 실물로 존재하는 민간화폐라는 것이다. 이후 자유달러는 10년간 민간인과 민간기업들에게서 사용되었다. (64)

 

사토시 나카모토가 익명을 쓸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유대 금융자본에 도전한 그가 유대인이기 때문이라고 추정된다. 비트코인은 히브리어 '비타혼Bitachon'과 비슷한데, 이 단어는 신뢰와 보안이라는 뜻을 함께 갖고 있다. 게다가 암호화폐 탄생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암호학자들 중에 유대인 학자들이 많았다. 특히 핵심 3인방인 데이비드 차움, 닉 재보, 할 피니는 모두 유대인이다. (67)

 

사토시가 백서에서 제시한 비트코인의 주요 특징은 다음과 같다. 

  • P2P 네트워크를 통한 이중 지불 방지
  • 조폐제도 또는 여타의 중앙기관 배제
  • 참여자 익명성
  • 해시캐시 기반의 작업 증명을 통한 화폐 발행

비트코인은 제3의 신뢰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신뢰를 창조했다. 사토시는 해시캐시와 비트골드를 발전시켜 비트코인을 개발한 것으로 보인다. 획기적인 기술이었다. 이제껏 인터넷은 정보 교환의 통로였지 부의 교환 통로는 아니었다. (71)

 

"기존 화폐의 근본적 문제는 그 화폐 시스템이 돌아가는 데 필요한 신뢰의 부족입니다. 중앙은행이 화폐 가치를 떨어뜨리지 않을 것을 신뢰해야 합니다만 화폐의 역사는 신뢰의 위반으로 가득합니다. 은행들이 우리의 돈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전자방식으로 이체할 수 있다는 것을 신뢰해야 합니다. (74)

 

비트코인은 사실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상황 예측에 실패한 설계상의 결함으로 기록용량, 처리속도, 불합리한 수수료 등 많은 면에서 화폐의 본원적 기능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사토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라고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오픈소스로 공개한 것이다. (78)

(출처: Henry Harvin(QuoteInspector.com))

2018년 3월에는 기존 화폐와 암호화폐들을 서로 교환하고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 아브라 ABRA가 탄생했다. 세계적 암호화폐 지갑 아브라의 탄생으로 비트코인, 이더, 라이트코인, 리플,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 20개와 법정화폐 50개를 모바일로 손쉽게 교환 거래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그러자 전 세계 젊은이들이 환호했다. 그들은 더 이상 기존 형태의 은행을 찾지 않아도 되는 세대로, 모바일 메신저로 전 세계 누구와 대화하듯 아브라를 통해 법정화폐와 암호화폐를 교환 거래한다. (81)

 

닉 재보는 자신의 책 <돈의 기원 Shelling Out; the Origins of Money>에서 현생인류가 네안데르탈인을 이길 수 있었던 힘은 좋고 희귀한 물건을 가려내어 수집한 소장품 덕분이라고 주장한다. (91)

 

그 뒤 신석기시대로 접어들면서 주로 통용되었던 화폐는 조개껍데기였다. 내륙에서는 보기 힘든 희귀한 물건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보배조개는 화려함과 견고성 때문에 기원전 3000년경부터 여러 문명에서 돈으로 쓰였다. 돈을 상징하는 한자 '貝'자는 보배조개의 아랫면을 본 따 만든 상형문자다. (93)

 

고고학적으로 증명 가능한 최초의 주조 화폐는 서양보다 동양에서 먼저 만들어졌다. 기원전 10세기경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칼 모양의 도전과 쟁기 모양의 포전이 그것이다. 청동기시대에 청동검은 누구나 선호하는 귀한 물건이었다. 이런 귀중품이어야 화폐 노릇을 할 수 있었다. (94)

그뿐 아니라 세석기라 불리는 흑요석 도구들이 많이 출토되는 것을 보면 고조선이 가죽 생산에 특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 흑요석은 화산 폭발이 격렬했던 백두산 남쪽 기슭에서만 나는 유리질의 결정체로 화살촉과 가죽 손질용 칼의 재료로 제격이었다. 사냥을 하면 동물 사체가 굳기 전에 얼른 흑요석 칼로 가죽을 벗겨내어 손질해야 했다. 그래서 당시 가죽 작업터는 산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어야 했다. (97)

 

당나라 때는 비단길 무역이 활발하게 이루어져 상업이 발달하고 도시들이 크게 성장했다. 또한 화폐 유통도 활발하게 이루어져 먼거리 교역에는 비전이라는 어음이 사용되었고 행이라는 상인조합도 생겼다. 종이로 만들어 날아다닐 정도로 가벼운 돈이란 의미로 비전飛錢이란 이름이 붙었다. 이후 송나라에서도 비전이 사용되었다. 송나라 지폐 교자交子는 이러한 어음에서 발전한 것이다. (105)

 

이처럼 유럽에서 모피 동물이 남획되어 거의 없어지자 러시아인들은 그간 쓸모없다고 쳐다보지도 않던 시베리아 동토를 개척하기 시작했다. 러시아의 동토 개척은 1581년 이반 4세가 고용한 코사크 용병들이 우랄산맥을 넘어 시베리아에 진입하면서 본격화되었다. 목적은 모피사냥이었다. (113)

 

조가비 구슬은 낱개로는 의미가 없고, 끈에 특정 패턴대로 꿰어야 비로소 의미가 생긴다. 이렇게 끈에 꿴 것을 왐품wampum이라 한다. (중략) 특정 재질과 색상의 구슬을 특정 패턴으로 연결하면 왐품은 스토리를 갖게 된다. 인디언들은 예를 들어 부족 간의 동맹 기록이라든지 전쟁의 구전 역사를 왐품에 담았다. (117~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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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0년 매사추세츠 식민지 정부는 식민지 정부는 프랑스 식민지 퀘벡을 침략했다. 그러나 원정이 실패로 돌아가자 문제가 생겼다. 당초 병사들의 급료는 퀘벡에서 약탈된 전리품으로 지급할 예정이었다. 역사적으로 봐도 급료를 받지 못한 병사들보다 더 위험한 존재는 없었다. 불행히도 매사추세츠 식민지 정부는 이들에게 지불할 돈이 없었다. 따라서 식민지 정부는 병사들에게 나중에 화폐를 지불하겠다는 약속이 적힌 증서를 나눠주었다. 일종의 약속어음이었다. 이 증서는 예상외로 효과적으로 통용되어 지폐 구실을 했다. 이것이 미국 최초의 화폐인 셈이다. (121)

 

기원전 594년 아테네에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세습이나 위임 방식으로 집정관이 임명되는 것을 거부하고 시민들이 민주적 선거로 집정관을 뽑는 것이다. 이 첫 번째 민선 집정관이 솔론이었다. (중략) 솔론은 집정관에 선출되자 이른바 '솔론의 개혁'을 단행했다. 그는 역사상 최초로 민주주의의 기초가 되는 법령을 공포했는데 개혁 내용은 가히 혁명적이었다. 먼저 빚진 자들에게 채무를 ㅁ녀제해주고, 노예상태로부터 해방시켜주고, 빼앗겼던 당을 되돌려주었다. (125~126)

 

기원전 5세기 펠로폰네소스 전쟁은 아테네와 스파르타가 다툰 패권전쟁이다. 전쟁은 대규모 경비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세입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27년간 지속된 이 전쟁에서 아테네는 전쟁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통화량을 편법으로 늘렸다. 금화 주조에 구리를 섞은 것이다. (중략) 역사상 최초로 초인플레이션이 발생해 아테네 통화시장이 붕괴되었다. 결국 아테네는 통화시장 붕괴로 용병들로 구성된 전투부대에 더 이상의 전비를 보낼 수 없어 스파르타가 승리했다. (130~131)

 

고대에 부국 강병책은 두 가지였다. 바로 '농업과 전쟁'이었다. 자국 농경지를 넓히는 것이 곧 부국이요, 정복지에서 물자와 노예를 가져오는 것이 강병책이었다. 농업의 기본 노동력은 노예였다. 따라서 전쟁이 매우 중요한 국가사업이었다. (중략) 빈번한 전쟁으로 그때마다 보병으로 출정한 자영 농민들의 피해는 점점 커진 반면 전쟁에서 이기고 개선하는 장군과 귀족들은 새로운 영지를 늘려가며 더욱 부유해졌다. 결국 자영 농민층은 몰락했고 봉건영주 세력은 점점 더 커져 부의 양극화가 심해졌다. 이로써 농민들로 이뤄진 중산층이 붕괴되면서 농업기반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133)

 

카이사르가 가장 역점을 둔 것은 화폐 주조권을 국가로 귀속시킨 것이다. 그는 국립 조폐창을 만들어 원로원의 주조권을 가져왔다. 예나 지금이나 이것은 기득권의 거센 반발을 무릅쓴 혁명적 조치였다. 화폐주조 차익을 빼앗기고 고리대금업의 수익이 낮아진 귀족들의 불만은 독재자로부터 고화정을 지킨다는 명분 하에 결국 카이사르 암살로 이어졌다. (140)

 

문제는 이렇게 식민지로부터 금은보화가 쏟아져 들어와도 스페인은 과도한 팽창주의와 방만한 재정으로 적자규모가 엄청나게 불어났다는 것이다. 스페인 제국은 불어난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이단 종교를 믿는 유대인을 추방하고, 그들의 재산을 몰수하기로 한다. 이때 개종하지 않은 유대인 17만 명이 한꺼번에 추방당한다. 이렇게 유대인들이 갑자기 사라지자 스페인 제국의 금융 산업은 붕괴되고 말았다. (150)

 

미국 은행들은 자기 자본비율이 1%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지나친 대출을 해줬다. 자기 자본의 100배 이상을 대출해준 것이다. 이것이 금융의 속성인 모양이다. '과다대출'로 인한 '과잉 유동성'은 1907년, 1929년, 2008년 공황을 관통하는 공통의 키워드다. 한마디로 과도한 대출이 금융위기의 본질이었다. (200)

 

지금도 연준은 매년 이들 주주들에게 연준 이익의 6%를 정기 배당하고 있다. 세계의 금융 기득세력들은 자기들 배를 불릴 수 있는 아주 좋은 시스템을 구축해놓은 것이다. (206)

 

사실 일본의 비극은 여기에서 싹텄다. 이로써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시작되었다. 당시 외환보유고에 달러표시 자산을 많이 가지고 있었던 일본은 타격이 컸다. 그 무렵 뉴욕 증권가에서는 미국의 대일본 채무의 50% 탕감이 플라자 합의의 숨은 배경이라 분석했다. 플라자 합의에서 일본에 강제된 미국 달러에 대한 엔화의 상대적 평가절상은 미국 달러에 투자한 일본 자본에 엄청난 손실을 안겨주었다. (227~228)

 

위안화가 너무 저평가되어 있다는 인식이 팽배해지자 중국은 조금씩 절상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자 이번에는 외국자본이 일본과 아시아 신흥국에서 빠져나와 중국으로 몰려들었다. 이런 유동성의 이동은 일본에 치명타였다. 뿐만 아니라 외국자본의 급속한 중국 이전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외환위기의 직접적 원인이 되었다. (230)

 

"이번 신용위기의 교훈은 시장엔 자율조정기능이 없다는 것이다. 적절한 규제를 하지 않으면 늘 선을 넘어서기 일쑤다. 2009년만 해도 우린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 왜 종종 보이지 않는 건지 다시금 알게 되었다. 그 손이 거기에 없고 금융 세력의 탐욕이 거기 있기 때문이다. 금융가들의 사리사욕 추구는 사회 전체의 이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금융기관 주주들에게조차 도움이 안 된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자 세계은행 부총재를 지냈던 컬럼비아대학 교수 조지프 스티글리츠의 말이다. (255)

미국인들은 신자유주의가 본격화된 1980년대 이후 소득불평등이 급증하는 상황에서도 그것을 개인의 능력 탓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아니었다. 소득불평등은 돈이 돈을 버는 금융산업의 속성이었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르기까지 세계 경제성장률이 연평균 3~4%인 데 반해 세계 금융자산 증가율은 연 15% 내외였다. 땀 흘려 일하는 근로소득 대비 돈이 돈을 불려주는 불로소득(금융자산소득)이 서너배 더 빨리 성장한 것이다. (259)

 

정부가 금리를 이용한 통화정책도 방만하게 운영한 탓에 시중은행들의 신용창출도 대폭 늘어났다. 그로 인해 유동성이 넘쳐나 근로소득 증가에 비해 지나치게 금융자산 증가속도가 빨라졌고, 이는 결국 금융 자본가들의 소득과 부를 늘려주었다. (261)

 

대선의 경우, 지난 10여 년간 유력 대선후보들은 슈퍼팩을 통해 10억 달러 이상의 후원금을 모았다. 그들이 대통령이 된 후 과연 그 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3차 화폐 혁명은 이런 금융자본 세력에 대한 사람들의 분노를 배경으로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271)

 

암호화폐 창시자들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대단히 큰 그림이다. 암호화폐는 화폐량을 사전에 정해진 법칙에 따라 늘리게 되어 있어 중간에 임의적인 화폐 발행량 증감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금처럼 인플레이션 위험이 없는 화폐다. (276)

 

해시함수란 평문을 해시 알고리즘을 통해 해시값으로 출력하는 것을 말한다. A라는 메시지를 암호화해 B라는 암호화된 결괏값을 얻는 기술인데, 이 결과값을 '해시값'이라 부른다. 단, 암호화된 B를 이용해 역으로 원본 메시지 A를 구할 수는 없다. '일방향'의 암호화다. (284)

 

이 같은 방법으로 개별 거래들은 블록체인 네트워크 상의 참가자들을 통해 검증된다. 그런데 그 거래가 맞다고 확인해주는 사람들은 무슨 이득이 있어서 그 거래를 검증하는 것일까? 이 검증 과정이 채굴이다. 그들은 수고에 대한 대가로 비트코인을 얻는 것이다. (287)

(출처: Flickr)

이렇게 각 블록의 해시값들이 연결되어 있어서, 만약 중간에 한 블록의 정보를 수정하면 해당 블록뿐 아니라 그 뒤 모든 블록들의 해시값이 변경되어 정보 조작이 불가능해진다. 이처럼 개별거래에 '전자서명' 암호화를 이용하고 각 블록 단위로 '해시함수' 암호화를 이용함으로써 블록체인 기술은 조작이 불가능한, 디지털 장부를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이 되었다. (288)

 

아직 비트코인이 해결해야 할 문제점들이 많다. 그 가운데 가장 큰 문제점은 비트코인의 확장성이다. 만약 전 세계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오늘날의 신용카드처럼 사용하려 한다면 현재의 비트코인으로는 기술적으로 이를 감당하지 못한다. 비트코인은 10분에 한 블록만 생성되며, 이 블록의 크기는 1MB를 넘지 못하기 때문에 여기에 담을 수 있는 거래의 수가 한정되어 있다. (295)

 

비트코인에서 파생된 것이 아닌, 아예 새롭게 만든 암호화폐도 있다. 이들은 자체적으로 처음부터 코드를 모두 새로 작성해서 고유의 독자적인 화폐를 만들었다고 해 네이티브 암호화폐라 불린다. 이들은 본질적인 부분들에서 비트코인과 차이를 두고 있다. (중략) 특히나 기존 블록체인과 개념이 다른 암호화폐가 2012년에 출시된 리플 Ripple이다. (303)

 

텔레그램의 ICO는 기존 메신저 플랫폼에 블록체인을 적용한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316)

 

법정화폐는 국가가 법적으로 강제로 신뢰를 부여한 반면, 암호화폐는 사용자끼리의 합의에 의한 신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암호화폐는 정부나 은행 등 중앙기관에 의해 함부로 계좌가 동결되거나 압류당하지 않는다. (324)

 

<블록체인 혁명>의 저자 돈 탭스콧은 "왜 우버라는 60조 원짜리 회사가 필요한가? 블록체인상의 분산 앱으로 진짜 공유경제를 만들 수 있다"며 우버와 애어비앤비 또한 블록체인으로 대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우버와 애어비앤비 같은 회사들의 가치가 수십 조원인 이유는 단순히 사이트 하나에 직원 몇 명만으로는 이 서비스의 운영이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332)

 

스위스 금융시장감독위원회는 토큰을 특성에 따라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342)

  • 지불형 토큰
  • 기능형 토큰
  • 자산형 토큰

 

케네스 로고프는 자신의 책 <화폐의 종말>에서 종이화폐를 폐지하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생각보다 많은 이득을 안겨준다고 주장했다. (364)

 

많은 나라가 암호화폐를 규제하고 있는 가운데 스위스가 '암호화폐 허브' 국가를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스위스의 재무장관 엘리 마우슬러와 경제교육부 장관이자 전 대토령 요한 슈나이더 암만이 이런 움직임을 주도하고 있다. (368~369)

앞으로도 시장이 과열된다 싶으면 이런 일은 자주 있을 것이다. 자연스러운 등락은 수급이 결정짓지만 급등락은 큰손이 개입하는 경우가 많다. 유대 금융인들이 국제 금 시세를 온스당 1만 1000~1만 3500달러 범위 안에서 관리하듯 앞으로 암호화폐 가격도 일정 범위 안에서 관리하려 들지 모른다. (378)

 

일정한 이자를 주고 비트코인을 대량으로 빌려 이를 현물시장에서 지속적으로 파는 방법으로 현물 가격을 폭락시킨 후 가격이 싸졌을 때 다시 구매해 갚는다. 이를 공매도라 한다. 현물가격을 폭락시켜 선물시장에서 숏으로 큰돈을 벌면서 현물시장에서 공매도로도 돈을 버는 이 방법은 헤지펀드들이 가장 선호하는 기법이다. (381)

 

기실 이라크의 후세인이 죽은 것도 달러와 석유에 대한 도전 때문이었다. 그가 석유를 달러 대신 유로화로 팔겠다고 선언함으로써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버린 것이다. 게다가 이라크 남부 유전개발을 중국에 넘기겠다고 한 것도 있다. (385)

 

연준은 2011년 9월 21일부터 4000억 달러 규모의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를 실시했다.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는 장기국채를 사들이고 단기 국채를 팔아 장기금리를 끌어내리고 단기금리를 올리는 희귀한 공개시장 조작 방식이다. 이는 장기금리를 끌어내려 투자를 유인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연준이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윗돌을 빼다 아래에 박는 임시방편으로 유동성이 늘어나지 않아 경기부양에 회의적인 경제학자들이 많았다. (385)

(출처: maxpixel)

미국과 중국이 서로 금 보유량에 대한 정확한 통계를 밝히고 싶지 않은 것은 그만큼 금시장에 대한 신경전이 치열하다는 의미다. 양국의 금 보유량이 역전되는 시기가 바로 세계 금시장의 주인이 바뀌는 시기일 수 있다. (389)

 

기업이 ICO를 통해 자금을 유치하는 이유는 그 자체의 시뇨리지 효과와 더불어 화폐의 가치 상승을 노리기 때문이다. 시뇨리지란 화폐를 발행함으로써 얻는 이익으로, 화폐의 액면가에서 제조비용을 뺀 금액을 말한다. (395)

 

정부당국은 자기네가 결코 그러한 짓을 하고 있지 않다며 완강히 부인하고, 결과적으로 초래되는 인플레이션은 온갖 다른 나쁜 요인의 탓으로 돌렸다. 이러한 명제가 무시되는 까닭은 개인의 상황 파악과 사회적 상황 파악 사이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 개인의 입장에서는 생산성 향상으로든 정부의 화폐 발행으로든 소득이 증가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사회 전체의 입장에서 생산성 향상은 축복이지만 통화증발은 저주가 될 수 있다. (431)

 

이 체제에 도전해 혁명을 일으킨 게 암호화폐다. 기존 화폐를 조절하는 기득권자들의 이익을 위해 감행하던 인플레이션이 감소하고, 더 나아가 소득과 부의 불평등이 완화될 단초도 마련했다. 이 두 과제가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임을 감안할 때 암호화폐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 (433)


독서습관427_화폐혁명_홍익희&홍기대_2018_앳워크(210811)


■ 저자: 홍익희

1978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입사해 보고타, 상파울루, 마드리드무역관 근무를 거쳐, 뉴욕무역관부관장, 파나마무역관장, 멕시코무역관장, 경남무역관장, 마드리드무역관장, 밀라노무역관장을 역임하고 2010년 정년퇴직했다. 현재는 세종대학에서 '기업가 정신과 리더십'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32년간 수출전선에서 부딪친 유대인들의 장단점을 눈여겨보고 유대인 경제사에 천착해 <유대인 경제사> 시리즈 10권을 썼다. 그 축약본 <유대인 이야기>를 2013년 초 출간해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예스24 네티즌 투표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이듬해 출간한 <세 종교 이야기> 역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같은 해 화폐금융시리즈 <달러 이야기> <환율전쟁 이야기> <월가 이야기>와 <세상을 바꾼 다섯 가지 상품 이야기>를 펴냈다. 2016년에는 <13세에 완성되는 유대인 자녀교육> <세상을 바꾼 음식이야기> 등을 출간했다. 특히 2015~2017년에 걸쳐 출간한 <유대인 경제사> 10권은 44개 출판사 대표들이 투표로 선정한 2017년 '올해의 책' 대상에 선정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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