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습관

[1051]나미야 잡화점의 기적_환광원으로 연결된 인물들의 고민과 상담 이야기

bandiburi 2025. 5. 6. 21:50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책이다. 
이전에 읽었던 저자의『용의자 X의 헌신』은 살인과 범인을 찾아가는 추리소설이었다. 

이 책은 2017년에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나미야 잡화점 주인이 시작한 고민 상담이 폐업을 한 이후 삼십 년이 지난 뒤에도 계속된다. 
우연히 잡화점에 도피한 세 청년은 우편함과 우유상자 그리고 뒷문의 역할을 알게 된다. 
그리고 시간의 흐름이 다른 세계에서 고민 상담을 시작한다. 

각각의 상담의 내용은 다르지만 결국에는 환광원이라는 아동보육시설로 연결된다. 
서로의 이야기가 차츰차츰 연결이 되는 부분이 미묘한 즐거움을 준다.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보여주며 나미야 잡화점 할아버지를 통해 수많은 독자들에게 자신만의 지도를 그려가도록 힘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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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5]용의자 X의 헌신_수학 천재 이시가미가 살아갈 의미를 준 하나오카 모녀

히가시노 게이고의 『용의자 X의 헌신』은 마지막의 극적인 반전이 가슴을 울컥하게 만드는 추리소설이다. '밀리의 서재' 유튜브 콘텐츠를 통해 이 소설을 만났다. 토요일 오전에 여유 있게 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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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를 살고 있는 세 청년이 삼십 년 전인 1980년대를 살고 있는 하루미에게 한 조언은 흥미롭다.
1980년대 후반의 일본 버블 경제와 컴퓨터와 인터넷 세상의 도래를 예언하며 주식과 부동산 투자를 제안한다. 
하루미는 이를 충실이 따라서 성공한다. 
2022년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막내아들 진도준이 미래를 읽고 성공하는 모습이 떠올랐다.

아래는 책에서 남기고 싶은 문장과 함께 소감을 포스팅한다.


웃기는 소리 하고 있네. 우리 같은 놈들이 뭘 할 수 있는데? 돈도 없지, 가방끈 짧지, 백그라운드 없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쩨쩨하게 빈집이나 털고 다니는 정도야. (...) (31)

고헤이가 우물주물 말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오늘 밤 처음으로 남에게 도움 되는 일을 했다는 실감이 들었어. 나 같은 게. 나 같은 바보가." (330)

책의 시작은 아쓰야, 쇼타, 고헤이 세 명의 청년이 빈집을 털어 도피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잠시 피하기 위해 도피한 장소가 나미야 잡화점이었다. 
그들이 하는 말 속에는 자신들의 능력을 무엇으로 평가하는지 드러난다. 
돈, 학력, 인맥 등으로 한국 사회와 유사하다. 

이들은 우연히 사람들의 고민을 상담해 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타인을 도우면서 자존감을 회복하고 앞으로의 삶에 대한 자신감을 되찾는다.
이게 저자의 의도가 아니었을까

아버지는 침대에 누운 채 진지한 눈빛으로 가쓰로를 쳐다보았다. "너한테 도와달라고 할 만큼 나나 우리 가게가 허약하지는 않아. 그러니까 쓸데없는 생각 말고 한 번 더 목숨 걸고 해봐. 도쿄에 가서 열심히 싸워보라고. 그 결과, 싸움에 패한다면 그건 그것대로 괜찮아. 어떻든 너만의 발자취를 남기고 와. 그걸 못해내고서는 집에 돌아오지 마라. 알았어?" (140)

대학을 중퇴하고 뮤지션이 되고 싶어 하는 아들 가쓰로에게 몸이 아픈 아버지는 엄하게 꾸짖는다. 
어중간하게 할 거라면 아버지의 생선가게를 물려받아도, 뮤지션으로도 성공하지 못한다. 
죽을 각오를 가지고 뮤지션이 되려고 싸워보라고 한다. 
가쓰로는 노력해서 뮤지션으로 자리를 잡아가는데 뜻밖의 상황이 다가오고 있었다. 

우리 시대 최고의 여가수는 말했다. "이 노래는 저를 가수가 되게 해준 곡이죠. 하지만 그보다 더 깊은 뜻이 있답니다. 이 노래를 작곡하신 분은 제 하나밖에 없는 동생의 생명을 구해주신 은인이에요. 그분을 만나지 못했다면 지금 이 자리에 가수 세리는 없겠지요. 그러니까 저는 평생 이 노래를 부르겠습니다. 그분의 은혜를 갚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니까요. (...)" (149)

가쓰로는 환광원에 아이들을 위한 공연을 갔다가 화재를 접한다. 
불 속에서 세리의 동생을 구하고 자신의 목숨을 잃게 된다. 
세리는 가쓰로가 작곡한 노래 <재생>을 반복해서 부르며 그의 은혜를 기억한다. 

<재생>은 그 아마추어 뮤지션이 작곡한 노래였다. 그런 은혜를 갚고자 미즈하라 세리는 끊임없이 그 노래를 불렀고, 결과적으로 그녀는 가수로서 굳건하게 자리를 잡게 되었다. 이 일화는 아쓰야 일행도 어려서부터 자주 들어서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들도 환광원에서 자랐기 때문이다. 미즈하라 세리는 그곳 아이들의 자랑이자 희망이었다. 나도 언젠가는 저렇게 빛나는 스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꿀 수 있게 해준 존재였다. (325)

나미야 잡화점에 고민 상담을 해온 사람들은 '환광원'을 중심으로 서로 인맥이 얽혀있다. 
빈집을 털던 아쓰야 일당도 환광원에서 자랐고,
처음 상담을 한 가쓰로는 뮤지션으로 환광원을 방문했고,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야반도주 중 부모를 벗어나 환광원에서 자란 고스케도, 
어린시절 부모를 잃고 사업으로 성공한 빈집의 주인 하루미도 환광원에서 자랐다. 

이런 공통점이 나미야 잡화점 고민 상담이 이어지고 이야기가 전개되며 점차 드러난다. 

"(...) 물론 착실히 답을 내려줘야지. 인간의 마음속에서 흘러나온 소리는 어떤 것이든 절대로 무시해서는 안 돼." 실제로 아버지는 그 서른 통의 편지 하나하나에 착실히 답장을 써서 다음 날 아침에 우유 상자에 넣어주었다. (159)

나미야 잡화점의 주인인 아버지가 잡화점의 운영보다는 사람들의 고민 상담에 진지한 모습을 아들인 다카유키는 보게 된다. 
질문 하나에도 질문자의 상황을 이해하고 그의 마음속에서 나오는 소리에 공감하려는 노력은 독자도 숙연하게 만든다. 
가벼운 고민들 속에 진지한 고민들을 발견한다. 

우연히 나미야 잡화점에 들어간 세 명의 청년들은 시공간의 왜곡 속에서 상담자로서 실효감을 맛본다. 
마치 자신들이 나미야 잡화점 할아버지가 된 것 같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까지 그 역할을 맡긴 것은 아니었을까. 

그러던 어느 날, 누나 요리코에게서 뜻밖의 전화가 걸려왔다. "정말 깜짝 놀랐어. 몰라보게 생생해지셨더라고. 어머니 돌아가시기 전보다 오히려 더 펄펄 기운이 나시는 것 같아. 내가 한결 마음이 놓이더라니까. 당분간은 괜찮을 거 같아.(...)" (160)

사람들의 고민을 듣고 자신의 조언을 주며 삶의 보람을 느끼는 잡화점 할아버지는 행복하다. 
인간은 본래 타인을 도우며 행복 호르몬의 세례를 받는다. 
하루하루의 삶이 행복하고 싶다면 주변에 있는 가족이나 지인, 동료들을 위해 뭔가를 해보자. 
할아버지와 같이 펄펄 기운이 나고 훨씬 젊어 보일 거다. 

돈과 권력을 추구하며 타인의 고통 속에 자신의 행복을 찾으려는 사람은 얼굴에서부터 드러난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 있다. 
바로 관상이다. 

마음이 이어져 있다면 인연이 끊길 만한 상황이 되었을 때 누군가는 어떻게든 회복하려 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이미 인연이 끊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침몰하는 배를 그저 멍하니 바라볼 뿐 네 명의 멤버들은 비틀스를 구하려 하지 않은 것이다. (269)

고스케가 비틀스의 마지막 공연을 보며 멤버들 간의 관계를 보며 마음이 이어져 있지 않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다시 변경한다)
고스케가 부모와 함께 야반도주를 하는 과정에서 잠시 화장실에서 아버지와 나눈 대화를 통해 인연이 끊겼다고 생각하며 도망친다.
개명을 하고 환광원에서 자라며 목공 장인이 되었지만 부모는 자신의 인생을 위해 자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당신의 지도는 아직 백지인 것입니다. 그래서 목적지를 정하려고 해도 길이 어디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일 것입니다. 지도가 백지라면 난감해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누구라도 어쩔 줄 모르고 당황하겠지요. 하지만 보는 방식을 달리해봅시다. 백지이기 때문에 어떤 지도라도 그릴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당신 하기 나름인 것이지요. 모든 것에서 자유롭고 가능성은 무한히 펼쳐져 있습니다. 이것은 멋진 일입니다. 부디 스스로를 믿고 인생을 여한 없이 활활 피워보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 -나미야 잡화점 드림 (447)

백지에 대한 나미야 잡화점 할아버지의 마지막 조언이다. 
오늘날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이 많은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
현실의 어려움에 처해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메시지다. 

다시 나만의 목적지를 향한 지도를 그려가면 된다. 


독서습관1051_나미야 잡화점의 기적_히가시노 게이고_2018_현대문학(250505)


■ 저자: 히가시노 게이고

일본을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 

대학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 엔지니어로 일하다 1985년 『방과 후』로 제31회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한 후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이후, 엄청난 대중적 인기를 불러온 본격 추리소설부터 미스터리 색채가 강한 판타지 소설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장르의 작품들을 꾸준하게 발표해왔다. 이중 상당수의 작품이 영화와 TV 드라마로도 제작되어 큰 사랑을 받았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2012년 3월에 출간되어 추리소설 독자뿐만 아니라 다양한 연령대의 문학 독자들을 매료시킨 최신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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