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습관

[1050]난생 처음 한번 들어보는 클래식 수업 ①_운명교향곡 그리고 본에서 빈으로 이동 후 피아니스트로 성공

bandiburi 2025. 5. 6. 10:37

지난 4월에 민은기 교수의 베토벤에 대한 강의를 듣고 조금 더 알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민은기 교수의 책을 도서관에서 검색하니 '난생 처음 한 번 들어보는 클래식 수업'이라는 시리즈가 있었다. 
시리즈의 두 번째가 이 책 '베토벤, 불멸의 환희'다.

민은기 교수의 강의 내용은 이 책에 모두 담겨 있었다.
강의 내용은 마치 책을 간략하게 소개하는 정도에 불과했다.
강의를 들으면서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도 책의 설명을 읽으며 '이걸 얘기한 거구나'라며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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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모차르트 시대를 넘어 나폴레옹을 좋아했던 베토벤의 삶과 작품_민은기 교수

서울대 민은기 교수의 베토벤에 대한 강의로 베토벤의 삶을 조금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더구나 강의에서 소개되는 곡에 대한 짧은 피아노 연주도 직접 들을 수 있었다. 베토벤에 대해 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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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와 상관 없이 클래식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베토벤이라는 음악가에 대해 가정사, 역사적 배경, 작곡한 작품들에 대한 초보자들을 위한 상세한 설명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음악 초심자에게 유익한 점은 작품 설명에 대응하는 연주곡을 들을 수 있도록 사이트를 소개했다는 부분이다. 
책을 읽고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바로 들어보면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악기를 연주할 줄은 모르지만, 악보를 볼 줄은 모르지만,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크게 도움을 준 책이다.
작품에 대한 배경과 특징을 알고 듣는다면 그만큼 더 음악을 즐길 수 있다. 
소개하는 음악에 대한 용어들이 생소했기에, 인용한 문장도 많다. 
그래서 두 번에 나눠서 포스팅한다. 


베토벤은 음악이 마치 미술작품이나 문학작품처럼 시간이 흘러도 남을 거라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자기 작품에 꼼꼼히 작품번호(opus)를 매기고 엄격히 관리했습니다. (28)

모차르트 작품에 쾨헬번호가 있듯이 베토벤의 작품에는 작품번호가 있다. 
모차르트 작품에 쾨헬이라는 인물이 붙인 번호지만, 베토벤은 직접 자신의 작품번호를 매겼다. 

모차르트가 음악에 사람들의 취향을 아름답게 반영해 냈다면 베토벤은 사람들의 취향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이끌었습니다. 베토벤에게 위인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건 바로 그 때문이겠죠. (38)

어쩌면 두 사람의 위대한 음악가의 차이는 개인의 차이도 있겠지만 시대적 상황이 달랐던 점이 가장 영향을 줬다고 생각한다. 
자유, 평등, 박애를 주장하는 프랑스대혁명 이전과 이후의 시대적 차이 말이다. 

음악에서 말하는 주제도 문학에서의 주제와 거의 같은 기능을 합니다. 작곡가가 제일 하고 싶은 이야기니까요. 곡을 구성할 때도 주제가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고, 듣는 사람도 그 주제를 어떻게 다루느냐를 중심으로 곡을 해석하지요. 보통 주제는 동기보다는 깁니다. 동기가 음악을 구성하는 가장 작은 단위라 했었죠? 이 동기가 결합해서 악구 또는 프레이즈라 불리는 단위가 되고, 악구가 연결되어 악절이라는 더 큰 단위가 만들어지는데요, 주제는 대개 악구 정도의 길이입니다. 악절 > 악구 > 동기 (54~55)

음악 작품을 만드는 것도 문학 작품을 만드는 과정과 비슷하다. 
작품마다 제1주제, 제2주제 등으로 구성되고 더 작게는 악구, 동기 등으로 분해될 수 있다. 
작곡가들의 접근방법을 약간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문장이다. 

지금까지는 질서에 주목했는데, <운명 교향곡>에는 파격적인 부분도 많습니다. 1악장에서 복잡한 갈등을 겪은 발전부가 지나가고 1주제가 다시 등장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을 때 나오는 오보에의 독주도 그런 파격 중 하나입니다. (60)

이 책의 장점은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설명에 대한 작품을 들어볼 수 있다는 점이다. 
<운명 교향곡>에서 파격적으로 '오보에의 독주'가 나오는 부분을 별도의 사이트에 접속해서 들어볼 수 있다. 

악장의 마침표라고 할 수 있는 코다 부분도 파격에 가깝습니다. 코다는 원래 이탈리아어로 꼬리라는 뜻인데, 그 유래처럼 보통은 아주 짧게 나옵니다. 그런데 <운명 교향곡>의 1악장 코다는 1분 30초나 됩니다. (61)

'코다'라는 용어를 학창 시절 시험을 위해 배웠던 기억이다. 
학창 시절에 음악에 대한 관심을 가질 여유가 있고 환경이 조성되어서 한 작곡가의 작품을 해석하는 기회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성인이 되어 지금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음악을 이해하고 즐기는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코다는 마무리 부분으로 짧게 끝나는데 <운명 교향곡>에서는 파격적으로 1분 30초라는 긴 시간 동안 이어진다. 

아무튼 <운명 교향곡>만 보더라도 베토벤은 이전 작곡가들과 확연하게 다릅니다. 과거 작곡가들처럼 단숨에 <운명 교향곡>을 써낼 수 있을까요? 불가능해요. 전체 구조를 짜고, 세부 내용을 채우고, 군더더기를 삭제하는 등 철저하게 계획을 세워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을 거쳐야만 이런 곡이 나올 수 있습니다. 베토벤이 이전의 작곡가들처럼 수백 개씩 곡을 만들어낼 수 없었던 이유죠. (63)

베토벤 이전에는 작곡가들이 자신을 고용한 사람들의 요구에 따라 많은 작품을 만들었다. 
하지만 베토벤은 스스로 계획하고 수정하며 완성도가 높은 작품을 작곡했기에 다작을 할 수가 없었다. 

합스부르크 가계도_제일 오른쪽이 막시밀리안 프란츠 (출처: Wikimedia Commons)

베토벤, 정식 이름 루트비히 판 베토벤은 1770년에 본에서 태어났습니다. 본은 베토벤이 태어날 당시에도 선제후가 머무는 도시였어요. 선제후란 신성로마제국에 속한 도시의 군주 중에서도 다음 황제를 결정할 권한이 있었던 특별한 군주입니다. 보통은 신성로마제국 전체에 일곱 명의 선제후가 있었죠. (...) 베토벤이 성장하던 때 본의 선제후는 막시밀리안 프란츠였습니다. (...) 선제후일 뿐 아니라 신성로마제국의 황가, 즉 합스부르크 가문 출신이었거든요. 방계도 아니고 그 시대 유럽 전역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했던 마리아 테레지아의 적통 막내아들이었어요. (72~74)

베토벤이 태어나던 시기의 역사적 배경을 알려준다. 
신성로마제국의 황가인 합스부르크 가문의 막내였던 막시밀리안 프란츠가 선제후로 있던 본에서 태어났다. 

옛날에는 처음부터 작곡만으로 먹고사는 음악가가 없었어요. 실제로 우리가 아는 거의 모든 작곡가들의 주수입은 연주 활동에서 나왔습니다. 그래서 당시 사람들은 그들을 굳이 작곡가라 생각하지 않았을 겁니다. 결국 남은 건 작품뿐이기 때문에 우리는 작곡가라고 기억하지만요. (107)

우리가 알고 있는 음악가들의 주된 역할은 작곡이 아니라 연주였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베토벤도 모차르트도 작품이 남아 있기에 위대한 작곡가라고 알지만, 생계를 위해 연주를 해야 했다. 

문제는 이 하프시코드로는 음의 셈여림을 표현할 수 가 없었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연주자가 건반을 세게 '쾅' 내려치든 살짝 내려치든 상관없이 일정한 크기의 소리가 난다는 거예요. 반면 피아노는 건반을 누르는 세기가 음량에 영향을 줍니다. (111~112)

민은기 교수의 강의를 들으며 하프시코드와 피아노의 차이를 이해했다. 
책에서는 조금 더 구체적으로 강약을 표현할 수 없는 하프시코드의 단점을 설명한다. 

베토벤이 피아노 제작 회사에 직접 요구 사항을 쓴 편지를 보내면 피아노 회사가 그 주문에 맞추어 피아노를 제작하기도 했어요. 브로드우드사는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피아노를 제작해서 1818년에 베토벤에게 선물했습니다. 베토벤의 연주 스타일을 고려해 기존의 피아노보다 튼튼하고 음량이 크게 출력되도록 만들었죠. (115)

작곡가가 위대한 작품을 만들더라도 연주로 표현할 수 있는 악기의 기능이 따라와야 한다. 
브로드우드사가 베토벤의 연주 스타일을 고려해 1818년에 튼튼한 피아노를 선물했다. 
기술의 발달이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고, 제품의 발달은 또 다른 기술의 개발을 촉진하는 사이클과 비슷하다. 

어쿠스틱 피아노와 디지털 피아노의 가장 큰 차이는 현의 유무예요. 어쿠스틱 피아노의 경우 건반을 누르면 해머가 내분의 현을 때려서 소리를 냅니다. 디지털 피아노는 현 대신 전자기계가 간반을 누르는 힘을 인식해서 녹음된 소리를 출력해주고요. 그래서 어쿠스틱 피아노는 연주자가 어떻게 건반을 누르는가에 따라 다른 소리를 내지만 디지털 피아노는 비교적 균일한 소리를 냅니다. (118)

요즘은 부피도 있고 무거운 아쿠스틱 피아노보다는 디지털 피아노를 많이 사용한다. 
과거에는 학교가 끝나면 피아노 학원이나 집에서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가 정겨웠다. 
그만큼 아쿠스틱 피아노가 고가였지만 자녀들을 위해 집에 두기도 했다. 
요즘은 디지털 피아노를 더 선호한다고 한다. 
과거의 아쿠스틱 피아노는 중고시장에서도 애물단지라고 하니 격세지감이다. 

커피 하우스 (출처: picryl)

19세기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커피하우스는 빈의 사교 문화를 형성하는 가장 중요한 공간이었다. 지금도 빈의 오래된 카페에 가면 음악이 연주되거나 함께 낭독회를 갖는 모습을 어럽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127)

베토벤이 데뷔하던 당시 유럽은 프랑스혁명의 물결 속에 있었으나 빈은 이와 달리 될 대로 되라는 분위기에 잠식되어 있었다. 그 가운데 음악 문화가 발달하여 안목 있는 비평가와 후원자들이 등장했다. 베토벤은 그들의 지원을 통해 작곡가로도 인정받았지만, 독립에 대한 열망 때문에 후원자와의 관계를 오래 지속하지는 못했다. 발트슈타인 백작 - 슈비텐 남작 - 리히노프스키 공작 (141)

1800년대 초에 프랑스혁명의 분위기가 유럽 전역으로 확대되며 왕정 국가들은 경계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빈은 그런 분위기와 달리 커피하우스에서 사교문화가 형성되고, '될 대로 되라'는 분위기였다고 하니 놀랍다. 
자신감이었을까 오만함이었을까. 

음악가에게 경제적인 지원이 있을 때 자신의 작품과 연주에 전념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후원자들이 필요했다.
베토벤은 후원자들이 있었지만 얽매이는 것을 싫어하는 독립형 인간으로 그 후원 관계가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2부로 이어진다. 

https://bandiburi-life.tistory.com/2858

 

[1050]난생 처음 한번 들어보는 클래식 수업 ②_소나타와 청력 상실 그리고 현악4중주 및 교향곡

클래식 음악에 대해 관심 있고 작곡가와 작품에 대해 이해하고 싶은 초보자들에게 강력히 추천하고 싶은 책 『난생 처음 한번 들어보는 클래식 수업』베토벤 편 두 번째 포스팅이다. 첫 번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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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습관1050_난생 처음 한번 들어보는 클래식 수업_민은기_2019_사회평론(250504)


■ 저자: 민은기

서울대학교 작곡과에서 음악 이론을 전공하고 파리 소르본 대학에서 프랑스 음악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 1995년부터 지금까지 서울대에서 교수로 제직하여 이론 연구와 후학 양성에 집중해왔다. 프랑스혁명, 바로크 오페라 등의 주제로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으며 저술과 번역에도 힘써 한국에서 클래식 음악과 관련된 책을 가장 많이 낸 음악학자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중앙일보와 경향신문 등 여러 매체에 음악과 관련된 글을 정기적으로 연재하고 있기도 하다. 

피아니스트였던 어머니에게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한 다섯 살부터 내내 숨 쉬듯 곁에 음악을 두고 살아왔다. 음악을 사랑하는 한 사람이자 한국의 1세대 음악학자로서, 음악의 아름다움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데 힘을 보태고 싶어 이 책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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