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습관

[1037] 마틴 에덴 1_부르주아 여인 루스를 향한 사랑으로 성장하는 마틴 에덴

bandiburi 2025. 4. 14. 20:41

잭 런던의 자전적 소설인 『마틴 에덴』은 사랑과 성장 그리고 상실에 대한 이야기다.
마틴 에덴과 루스의 사랑 이야기다.
마틴 에덴이 노동자에서 부르주아가 되기 위해 지식을 습득하는 이야기다.
마틴 에덴이 육체적, 정신적 성장 경험을 바탕으로 작가로 성공하는 이야기다.
마틴 에덴이 루스 가족에게 통쾌하게 복수하는 이야기다. 
마틴 에덴이 사랑과 성장, 성공에 대한 목적을 상실하고 죽음을 택하는 이야기다. 

총 2권으로 되어 있다.
1권에서는 루스를 향한 사랑과 가난 속에서 작가가 되기 위한 여정이다.
책에서 남기고 싶은 문장과 간단한 소감을 포스팅했다.

아래의 시는 잭 런던과 주인공 마틴 에덴이 살았던 치열했던 삶을 보여준다. 


나는 먼지보다는 재가 되리라

내 삶의 불꽃이 마르고 부패되어 
숨 막혀 죽기 보다는
차라리 찬란한 불길 속에서 타오르리라

졸린 듯 영원한 행성보다는
차라리 떨어지는 최고의 별똥별이 되어
내 모든 원자 하나하나가 장엄한 빛을 발하리라

존재가 아니라 사는 것이 곧 인간의 본분일지니
나는 생의 연장을 위해 주어진 날들을 허비하지 않으리
내게 허락된 시간들을 모두 쓰리라

잭 런던, 「먼지가 되기보다는 재가 되리라」 (7)

(...) 잭 런던은 저택과 목장, 최고급 요트를 소유한 부유한 작가가 된다. 노동자로 태어나 부르주아의 세계에 진입한 것이다. 하지만 1908년 선명한 사회주의 소설 『강철 군화』를 발표하며 또 한 번 센세이션을 일으킨다. 소설 『마틴 에덴』은 『강철 군화』를 발표한 이듬해에 출간되었고, 잭 런던의 자전적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은 소설이다. (10)

이 소설의 주인공 마틴 에덴은 잭 런던의 모습이다.
부르주아를 동경해서 노력 끝에 부르주아의 세계에 도달했다. 
마틴 에덴을 통해 저자 잭 런던의 삶을 볼 수 있다. 

그들의 언어로 지금 당장은 말할 수 없지만 머지않아 그럴 수 있을 것이다. 그는 그렇게 되고야 말겠다고 단단히 마음먹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말은 해야 했으며 그 말은 반드시 자신의 말이어야 했다. 그들에게 이해될 만하면서도 지나친 충격을 주지는 않으려면, 어조를 누그러드려야 했다. (38)

노동자의 거친 언어와 행동을 가진 마틴 에덴이다. 
루스를 사랑하기에 그의 결심은 확고했다. 
말과 행동과 지식의 수준이 부르주아에 이르기까지.

그녀는 어깨 너머로 그를 힐끔 돌아보았고, 그의 얼굴에서 이 모든 것의 기미를 발견했다. 완전히 달라진 얼굴이었다. 강렬하게 빛나는 두 눈이 소리의 장막 너머 생명의 약동과 정신의 장엄한 환영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녀는 소스라쳤다. 미숙하고 쩔쩔매는 촌뜨기는 사라졌다. 맞지 않는 옷, 상처투성이 손, 햇볕에 그을린 얼굴색은 그대로였다. 그러나 이것들은 감옥의 쇠창살인 듯싶었다. 쇠창살 안에서 밖을 내다보는, 제대로 말할 능력이 없는 어눌한 입 때문에 말을 하지 못하는 한 위대한 영혼을 그녀는 보았다. 이걸 본 건 오직 찰나의 순간이었다. (43)

마틴 에덴은 모든 시간과 노력을 루스를 향했다. 
그녀의 도움으로 문법을 익혔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지식의 깊이와 폭을 확장했다. 
루스에게도 그의 변화가 보였다. 
아직까지 노동자의 몸에 갇힌 성장하는 영혼이다. 

근육이 체계적으로 발달한 자신의 몸을 의식하고 육체적으로는 대학생들보다 몇 수 위라고 그는 자신했다. 그러나 그들의 머리는 그녀처럼 말할 수 있게 해 주는 지식으로 가득했다. 그 생각은 마틴을 우울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뇌는 어디에 쓰는 것인가? 그는 열렬히 자문했다. 그들이 이미 한 일을, 그는 앞으로 할 수 있었다. 그들이 책에서 인생을 배우는 동안, 그는 바삐 인생을 살았다. 그의 뇌는 그들만큼이나 지식이 가득했지만, 그 지식은 다른 종류였다. (...) 그는 배움의 과정에서 겪은 실패와 상처들을 떠올렸다. 어쨌거나, 그가 그만큼 유리했다. (49)

마틴 에덴의 정신은 점점 노동자의 범주를 벗어나며 부르주아를 향했다. 
그의 지식은 노동자의 삶과 부르주아의 정신이 섞여 있다. 
그래서 그의 인생은 점차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을 띤다. 

이마를 꿰뚫고 그 안에 들어 있는 내용물의 질을 알아보려고 애썼다. 저 뒤에는 어떤 두뇌가 있지? 그는 끈질기게 심문했다. 이 두뇌는 어떤 일을 할 수 있지? 어디까지 나를 데려갈 수 있지? 나를 그녀에게로 데려다줄 수 있을까? (57)

마틴 에덴은 루스를 향한 사랑의 열정으로 배움의 길을 걷는다. 

생계를 위해 일할 필요가 없는 사람이라는 섬뜩한 생각에 그녀와 그 사이의 격차는 크게 벌어졌다. 그는 문득 일하지 않는 사람들의 귀족적 특권을 보았다. 그것은 황동을 두른 도도하고 강력한 형상으로 자기 앞의 벽에 높이 솟아 있었다. 그는 줄곧 일해 왔다. 태어난 이후의 첫 기억조차 일과 관련된 것이었고, 가족 모두가 일했다. (59~60)

마틴 에덴이 배움의 수준이 높아지며 세상의 차이가 보였다. 
유한계급인 루스와 돈을 벌기 위해 노동해야 하는 자신의 차이가 보였다. 

인간 지식의 축적이 그렇게 덩치가 클 줄 그는 꿈에도 몰랐다. 두려웠다. 그의 두뇌가 그걸 전부 터득할 수 있을까? 잠시 후, 그는 그걸 터득해 낸 사람이 여럿 있음을 기억해 냈다. 자기의 뇌는 그들의 뇌가 해낸 것을 할 수 있다고, 그는 원대한 맹세의 말을 열정적으로 그러나 소리 죽여 내뱉었다. (69)

부르주아 계급도 노동자 계급도 지식에 대한 호기심이 있을 때 지식의 방대함을 깨닫는다.
마틴 에덴은 알아갈수록 지식의 덩치가 어마어마하게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독서의 길을 걸을수록 읽고 싶은 책도 많아지고, 어마어마한 독서의 세계를 발견한다.

오클랜드와 버클리의 도서관에서 시간을 오래 보냈고, 자신과 누이들인 거트루드와 매리언, 그리고 짐의 이름으로 신청 서류를 작성해 회원증을 만들었다. 그는 네 장의 회원증으로 잔뜩 빌린 책을 하인 방에서 가스등을 켜 놓고 밤늦게까지 읽다가 히긴보삼에게 가스비로 주당 50센트를 내야 했다. 그가 읽은 많은 책들은 도리어 그의 조바심을 자극했다. 모든 책의 모든 페이지가 일일이 지식의 왕국을 훔쳐보는 구멍이었다. (71)

'모든 책이 지식의 왕국을 훔쳐보는 구멍'이라는 표현이 마음에 든다. 
구멍을 많이 만들고 싶은 욕심이다. 

그는 새롭고도 더 심오한 방식으로 취했는데, 루스에 취했다. 그의 마음에 사랑의 불을 지르고 그로 하여금 언뜻 본 고등하고 영원한 삶을 갈망하게 한, 그녀에게 취했다. 그리고 그는 책에도 취했다. 책들은 그의 뇌에 욕망의 구더기를 수없이 풀어놓아 뇌를 갉아먹게 만들었다. (74)

책에 취하고, 사랑하는 여인에게 취한 마틴 에덴은 행복하다. 
책에 대한 열정은 그의 뇌에 구더기가 파먹듯이 지식을 녹여넣었다. 

당신이 이 집에서 누리고 있는 삶에 나도 도달할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 내고 싶어요. 인생에는 술 마시고 고되게 일하고 떠돌아다니는 것보다 더 나은 일이 있어야 하죠. 이제, 내가 어떻게 해야 도달할 수 있죠? 어디에 자리 잡고 시작해야 할까요? 내게 필요한 과정을 나는 밟아 가고 싶어요, 물론입니다! (91)

루스는 마틴 에덴이 더 나은 삶을 향해 갈 수 있도록 안내한다.
그는 너무도 빠르게 지식을 흡수해서 결국은 루스의 수준을 넘어선다. 

이제 진일보한 그가 지난날을 돌아보니 예전에 알던 세계, 땅과 바다와 배로 이루어졌고 선원들과 탐욕스러운 여자들이 사는 세계는 아주 작게 보였다. 그런데 그 세계는 이 새로운 세계와 섞여 확장되었다. 그의 정신이 통합을 일으켜, 처음 두 세계의 접점이 보이기 시작했을 때는 놀라웠다. 그리고 책에서 찾은 숭고한 사상들과 아름다움으로 인해 그 자신 또한 격이 높아졌다. (98)

마틴 에덴의 노동자로서의 삶과 새롭게 알게 된 세상이 통합되었다. 
그의 정신은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색깔을 띠며, 격이 높아졌다. 

그녀는 그에게 노래와 피아노 연주를 들려주는 것을 즐겼다. 실은, 그녀로서는 인간의 영혼을 갖고 노는 게 처음이었고, 그라는 말랑말랑한 점토는 빚어내기에 딱 좋았다. 그녀는 자기가 그를 빚어내고 있으며, 자신의 의도는 선하다고 생각했다. (103)

부르주아의 삶의 경계를 넘어서지 못하는 루스의 한계다.
그녀는 자신이 마틴 에덴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의 노력으로 성장해서 그녀를 넘어섰다. 

사흘에 1백 달러라니! 석 달하고도 더 오래 바다에서 버텨야 벌 수 있을 만큼의 액수였다. 글을 쓸 수 있는데 바다로 나가는 사람은 바보라고 그는 결론 내렸다. 비록 돈이란 것이 그 자체로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할지라도 말이다. 돈의 가치는 그것이 가져다주는 자유와, 그 돈으로 살 수 있는 괜찮은 옷에 있으며, 그 모두가 그를 날씬하고 창백한 그 여인, 즉 그의 인생을 들여놓았고 그에게 영감을 불어넣어 준 그녀에게 가깝게, 신속히 가깝게 끌어다 줄 것이다. (114)

마틴 에덴이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는 순간이다.
뱃사람으로 노동을 하는 것보다 훨씬 편하게 글로 돈을 벌 수 있다.
그러면 일자리를 갖지 못한 자신에 대한 루스의 걱정을 덜어주고 그녀에게 다가갈 수 있다.

마틴 에덴은 호기심에 끌려 평생을 살아왔다. 알고 싶었다. 그를 세상 곳곳으로 위험을 무릅쓰고 가게 한 것도 호기심이었다. 그런데 이제 그는 자신이 아무것도 알지 못했음을, 그리고 배를 타고 영원히 떠돈다 한들 아무것도 알지 못할 것임을 스펜서로부터 배우고 있었다. (150)

마틴 에덴이 호기심에 이끌려 살아왔듯이 호기심은 우리의 성장의 촉매다. 
호기심을 인생에 역동성을 부여한다. 
호기심은 움직이고 행동하게 자극한다. 

공부하면 할수록 아직 탐구하지 못한 지적 영역이 바라다보였다. 하루가 스물네 시간밖에 안 돼서 불만이라고 그는 입버릇처럼 투덜거렸다. (155)

우리는 언제 하루 24시간이 짧다고 느껴보았는가?
무언가에 몰입해서 크로노스의 시간을 보내본 적이 언제인가?
마틴 에덴과 같이 지적인 호기심으로 24시간이 짧아서 원망한 적이 있는가?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내 안에서 말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요. 그리고 그 이야기들은 모두 거대한 이야기들이죠. 어떻게 해야 내 안에 있는 그대로 말로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가끔은 세상 전부가, 모든 삶과 사물이 내 안에 자리 잡고 살면서 나더러 대변인이 되어 달라고 아우성치는 느낌이죠. (167~168)

멋진 표현이다. 
내 안에서 대변인이 되어 말하라고 아우성치는 느낌이란 어떤 것일까?
노동과 지식이 접목되어 마틴 에덴의 이야기들이 아우성치고 있겠다.
인생은 자기만의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오늘 당신에게 한 편의 이야기가 생겼는가? 

"아뇨, 그 애가 사랑받는다는 거예요." 미소와 함께 답변이 돌아왔다. "실험은 성공했어요. 그 애가 마침내 깨어났거든요." "그럼 그를 제거해야겠군." 모스 씨는 활달하지만 사무적인 어조로 말했다. 그러나 아내는 머리를 저었다. "그럴 필요 없어요. 그가 며칠 뒤면 바다로 나갈 거라고 루스가 말했어요. 그가 돌아올 때쯤, 그 애가 여기 없게 합시다. 클라라 아주머니 댁으로 보내요. (...)" (227)

잔인한 루스 부모의 대화다. 
그들은 루스가 남자에 대한 사랑에 관심을 갖기를 원했다. 
마틴 에덴과 루스 사이에 사랑의 감정이 싹텄다. 
둘 사이에 계급의 벽과, 경제적 차이가 있었다. 
루스의 마음에 사랑의 싹을 확인한 부모는 가난한 노동자 마틴 에덴을 버리기로 한다. 

자신의 지성이 루스의 동생들이나 그녀 아버지의 지성을 능가했듯이, 그녀의 지성도 능가했음을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대학 교육의 모든 이점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문학사 자격증 앞에서도, 그의 지적 능력이 그녀의 지적 능력을 넘어섰다. 일 년가량의 독학과 작가 수업이 그녀로서는 엄두도 내지 못할 만큼 세상사와 예술과 인생에 통달하게 해 주었다. (257)

마틴 에덴은 독학으로 지식을 흡수하고, 스스로 작가가 되기 위해 연습했다. 
어느 순간, 부르주아 가정이라 우러러봤던 루스와 그녀의 가족들이 초라해 보인다. 
노동자와 부르주아의 영역을 모두 넘나드는 마틴 에덴의 어디에도 속하지만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2권으로 이어진다. 

https://bandiburi-life.tistory.com/2822

 


독서습관 1037_마틴 에덴 1_잭 런던_2022_녹색광선(250412)


■ 저자: 잭 런던 Jack London (1876~1916)

작가 잭 런던은 1876년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났다. 잭의 생부는 자신의 아이를 낳은 여자를 외면했고, 잭의 어머니는 곧 '존 런던'이라는 남자와 재혼한다.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았기에, 잭 런던은 소년 시절부터 통조림 공장에서 하루 18시간 노역을 하곤 했다. 가끔 도피처가 되어준 건 도서관이었고, 사서와도 친해져서 독서 지도를 받곤 했다. 그러나 열심히 일하는 것만으로는 결코 가난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런던은 학업을 중단하고 노동자, 도둑, 선원, 부랑자 생활을 하며 밑바닥 세계를 떠돈다. 그 시기에 그가 경험으로 체득한 사실은, 세상은 약육강식의 원칙으로 돌아가며 그 바닥에서 생존하려면 모든 면에서 강해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그는 15세 되던 해, 양식장의 굴을 약탈해서 팔면 돈이 된다는 것을 알고 배를 한 척 사서 어린 해적이 되기도 한다. 2년 후엔 직업 선원이 되어 생애 처음 일본과 시베리아까지 항해를 하고 돌아온다. 

잭 런던이 글을 쓰기 시작한 건 이 항해에서 돌아오고 난 다음이다. 그는 엄청난 에너지로 작품을 써 나갔고, 여러 잡지사에 응모했으나 모두 반송되는 수모를 겪는다. 10대 후반부터 시작된 소설 습작 시절에도 그는 여전히 가난했고, 고된 노역의 삶을 살 수밖에 없었다. 정해진 수순처럼 사회주의자가 된 것도 이 시기의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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