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자녀들의 선물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새기는 생일
가족의 생일이 1월, 3월, 5월, 8월, 11월로 고르게 자리 잡고 있다.
잊을만하면 서로의 생일을 축하해 주며 가족이라는 의미를 떠올린다.
예쁜 꽃들이 만발하는 5월에는 아빠의 생일이 있다.
유일하게 음력 생일을 고수하니 매년 날짜가 바뀐다.
2025년에는 세 아이들로부터 각각 선물을 받는 의미 있는 날이었다.
[셋째의 선물1]
집에서 함께 생활하는 셋째는 맛있는 케이크를 직접 만들었다.
오븐이 없어 빵은 쿠팡에서 주문했다.
딸기를 3층으로 된 빵과 빵 사이에 넉넉히 넣고 위에도 자리가 없을 정도로 빽빽하게 두었다.
딸기 초콜릿 케이크인데 딸기 케이크라고 하는 편이 맞겠다.
덕분에 우리의 취향에 맞는 케이크를 시중의 50% 수준의 가격으로 맛있게 즐길 수 있었다.
[셋째의 선물2]
셋째는 막내답게 마음을 담은 빼곡한 편지를 3장이나 써서 주었다.
엄마가 보고 싶다고 했지만, 창피하다며 아빠 혼자 회사에 가서 보라고 한다.
건전한 성인으로 미래를 준비하며, 솔직한 감정을 잘 표현하는 모습이 대견스럽다.
[둘째의 선물]
군에 입대한 지 12개월이 된 둘째는 홍천에서 러닝화를 선물해 줬다.
가끔씩 가족 간의 카톡을 통해 왕숙천을 따라 러닝 하는 사진을 공유했다.
무엇을 선물할까 고민했을 때 그 사진들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러닝화가 한 켤레 있으면 좋겠다 하던 시기에 필요한 선물을 받았다.
남은 6개월 군생활을 건강한 모습으로 마무리하길 바란다.
[첫째의 선물1]
택배가 왔는데 아빠가 독서를 좋아하니 책을 보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빠 탐구 생활'과 '엄마 탐구 생활'이란 책이다.
책은 책인데, 읽는 책이라기보다는 자녀와 부모 간에 서로를 알아가기에 좋은 내용이다.
아빠가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 이런저런 주제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녹음하던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다.
조부모의 흔적을 조금이라도 남겨서 생애구술사처럼 책으로 남기고 싶었다.
첫째의 입장에서 엄마와 아빠의 인생에 대해서도 비슷한 관점으로 남기고 싶었을까.
[첫째의 선물2]
첫째는 지방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어 쿠팡으로 양말을 보내줬다.
부모님께 양말 선물한 지 꽤 오래되었는데 자식에게 선물을 받으니 감회가 새롭다.
부모로부터 늘 받기만 한 것 같은데, 이제는 자식에게도 받는 입장이다.
부모에게 자녀에게 주는 것은 바로 잊어버린다.
하지만 받은 것은 작은 것 하나라도 기억에 남는다.
아마도 마음의 빚으로 남아서일 거다.
누군가가 나에 대해 생각하고, 선물을 줄 수 있다는 건 행복이다.
기분이 좋아 아이들에게 용돈으로 반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