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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승부_조훈현과 이창호 사제지간의 바둑 이야기

bandiburi 2025. 5. 14. 06:10

(출처: flickr)

아내가 넷플릭스에 최신 한국영화가 나왔다며 함께 보자고 한다. 
이병헌과 유아인이 주연으로 나오는 보기 드문 바둑영화 <승부>였다. 
'승부'라는 제목만 보고, 이병헌이 나오는 액션영화를 기대했기에 살짝 실망했다. 

대학교 시절 잠깐 바둑을 배워볼까 했지만 잘 맞지 않아 포기했던 경험이 있다. 
바둑에 대한 기본의 기본은 알지만 판세를 읽거나 다음에 어디에 돌을 두는 편이 좋을지 까막눈이다. 
그래서 살짝 실망해는데, 이병헌이 조훈현으로, 유아인이 이창호로 비슷하게 분장하고 등장하는 데 웃음과 함께 호기심이 동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에 바둑에서 최고의 경지에 올랐던 사람들의 삶이 궁금해졌다. 

조훈현이 승승장구하던 시절, 전주에서 이창호라는 바둑 신동이 자라나고 있었다. 
이창호는 우연히 조훈현과 만나 당돌하게 그에게 도전한다. 
쉽게 조훈현에게 지지만 그가 낸 문제를 며칠을 고민한 끝에 풀어낸다. 
세 점을 두고 다시 겨뤘는데 1:1의 승부다. 
이때 조훈현은 이창호를 제자로 받아들이기로 결심한다. 

이창호가 학생 시절 조훈현의 집으로, 즉 스승의 집으로 이사해서 지도를 받았다. 
조훈현의 아내는 이창호의 작은엄마가 되었다. 
이창호는 조훈현의 바둑 스타일과 자신의 스타일이 맞지 않아 슬럼프에 빠진다. 
스승은 어느 순간 제자가 자신과는 다른 방식으로 바둑을 정복해가고 있다는 점을 보게 된다. 
그리고 제자의 스타일을 인정한다. 

이창호는 꼼꼼하게 복기노트를 작성하며 성장한다. 
결국은 스승과 제자가 결승에서 승부를 겨뤄야 하는 단계에 이른다. 
스승이 제자에게 처음으로 패하는 날, 조훈현은 깊은 생각에 잠긴다. 
여전히 한 집에 살고 있는 상황에서 이창호는 힘들어하는 스승의 뒷모습에 기뻐할 수도 없다. 

스승은 더 이상 가르칠 것이 없다며 이창호에게 하산(이사)을 권한다. 

짧은 시간에 조훈현과 이창호가 사제지간으로 함께 살면서 성장하고 결국은 세대가 교체되는 모습을 담았다. 
이 영화를 통해 바둑의 묘미와 함께 두 사람의 삶을 짧게 엿볼 수 있었다. 
이병헌과 유아인이 최대한 두 바둑기사의 특징을 반영한 분장과 제스처를 했다는 점이 재미있었다. 
이창호 역할을 한 유아인의 얼굴 표정이 둘째 아들의 모습과 비슷해서 아내와 한참을 웃었다. 

바둑에 취미를 가지신 분들은 더욱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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